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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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려동물 전용 식품 시장이 무섭게 커지고 있습니다. 전용 사료는 세분화되다 못해 견종별 사료가 나오고 있고 반려동물 관련 매장에 가면 전용 냉장고에 신선한 고기가 가득합니다. 사람이 먹어도 될 정도의 고급 재료들이 즐비하죠.

그 중에도 눈에 띄는 것이 반려동물 우유(펫밀크)입니다. 사람이 먹는 일반 우유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싸죠.

수입산 펫밀크는 180~200ml 한 병에 3000~4000원을 훌쩍 넘고 서울우유가 최근 출시한 아이펫밀크(180ml)도 권장소비자가격이 2300원으로, 서울우유 1리터 제품과 비슷합니다. 용량 대비 가격으로는 다섯 배 정도 차이나는 겁니다.

펫밀크는 왜 사람용 우유보다 이렇게 비싼 걸까요. 먼저 펫밀크의 특징을 한번 보겠습니다. '유당 제거'가 대표적인데요.

반려동물들은 대부분 유당을 분해하지 못해 일반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합니다. 이런 증상을 '유당불내증'이라고 하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양인 상당수는 유당불내증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유당을 제거해 소화가 잘 되게 만들어야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미 시중에는 유당불내증 환자를 위한 락토프리 우유가 활발하게 팔리고 있습니다.

매일유업 '소화가 잘 되는 우유', 서울우유 '속 편한 우유' 등이 락토프리 우유죠. 락토프리 우유들도 일반 우유와 가격 차가 크지 않으니 유당불내증이 문제라면 이 쪽을 선택할 겁니다. 일반 우유보다는 락토프리 우유가 20% 정도 비싸지만, 그래도 펫밀크보다는 훨씬 싸니까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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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펫밀크에 '유당 제거' 외에도 반려동물에게 좋은 특별한 성분이 들어있지는 않을까요.

대부분의 펫밀크는 반려동물을 위한 영양성분을 추가했다고 광고합니다. 비타민과 칼슘, 콜라겐, 타우린, 유칼립투스 추출물 등이죠.

하지만 펫밀크는 식품이 아니라 사료로 분류되기 때문에 함유량은 표기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펫밀크의 경우 우유 함유량이 전체의 99.153%이며 나머지가 칼슘과 비타민, 콜라겐 등입니다.

수의사들 중에는 이런 '추가 성분'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반려동물들이 사료와 간식으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어 굳이 펫 전용 우유를 먹일 필요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왕태미 왕태미뉴트리션연구소 대표는 "유당 분해 때문이라면 일반 락토프리 우유를 먹어도 문제가 없다"며 "미량의 영양 성분 때문에 훨씬 비싼 펫밀크를 먹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서울우유에 확인해 본 결과 펫밀크에 사용되는 원유는 사람용 일반 우유의 원유와 동일했습니다. 다만 펫밀크에는 제조 공장과 설비 등 부대시설 관련 비용이 많이 반영됐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펫밀크 시장이 아직 규모의 경제가 시현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설비 비용 비중이 높게 반영되고 있다"며 "유통 과정도 일반 우유와 달라 유통마진이 더 붙는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휴대성을 위해 멸균처리를 하면서도 기호성을 높게 유지하는 공법을 사용했다"며 "일반 우유보다는 비싸지만 수입산 펫밀크보다는 훨씬 낮은 가격으로 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휴대성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우유, 휴대성이 높고 맞춤형 성분이 포함됐지만 가격은 다소 비싼 펫밀크.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 적절한 제품을 골라야겠죠.

결국 중요한 것은 '알고' 먹이는 것입니다. 반려동물은 자신이 먹을 것을 선택할 수 없는 만큼, 내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고 꼼꼼하게 선택하는 게 바로 '주인의 의무' 아닐까요.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