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최순실 씨의 뇌물 사건과 분리해서 심리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씨와의 공모 관계 등 공소사실 일체를 부인하는 마당에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할 경우 재판부가 유죄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판 시작부터 최씨와 선을 긋고 무죄 주장을 펴겠다는 작전으로 분석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6일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의 이상철 변호사(사진)는 “각각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심리를 병합하면 재판부에 유죄 예단과 편견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며 “특검과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별개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의 공모를 비롯해 공소사실 일체를 부인하고 있어 최씨 측과 협의한다는 것 자체가 고려 대상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소사실 및 증인이 완전히 일치한다”며 “따로 심리하면 증인을 두 번씩 소환해야 하기 때문에 두 사건은 병합해 진행하는 게 타당하다”고 병합 입장을 밝히며, 오는 23일 정식 재판을 연 뒤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