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어떻게 익사했나"…경찰, 감식기술 개발 착수
경찰이 수중 증거물과 변사체의 이동경로를 감식하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다. 부패가 심해 판별이 어려운 수중 증거물은 이동경로를 파악해 최초 사건 지점을 알아내는 것이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16일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실에 따르면 경찰은 상명대와 함께 ‘수중 증거물·변사체 이동경로 및 입수경과시간 분석기술’ 개발에 나섰다. 다음달께 1차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강이나 바다에 빠져 부패한 증거물과 변사체의 이동경로 등을 파악할 경우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중 사건은 환경이 변화무쌍해 수사가 어렵다. 증거물이나 사체를 손실할 가능성도 높다. 경찰은 원활한 수중 수사를 위해 2013년 12월 공공잠수사 자격을 딴 경찰 61명으로 수중과학수사대를 발족했다. 이로써 증거물 및 변사체 수거는 △2014년 7건 △2015년 33건 △2016년 155건으로 매년 늘었다.

다만 정확한 감정기법이 없어 증거물을 놓고도 해석할 방도가 없다는 게 문제다. 변사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과 DNA 감정, 경찰의 지문 감정 정도에 그친다. 이마저 익사체는 부패가 심해 수중 사건의 약 20%는 신원 파악도 안 되는 실정이다. 최근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 경인 아라뱃길 머리 없는 수중변사체 사건 등 범인들이 증거물을 수중에 은닉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증거물 등의 수중 이동경로 및 입수경과시간을 알면 사건 발생 장소와 시점을 추정할 수 있다. 경찰이 추진하는 방법은 수중착생생물의 DNA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예컨대 증거물이나 변사체에서 발견한 조개나 미생물 등의 주 서식지를 밝혀내면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바다나 강물이 따뜻해지며 떠오르는 익사체가 많다”며 “감정기술이 개발된다면 이 같은 사건의 수사가 한결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