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을 나서며 주민들로부터 당선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을 나서며 주민들로부터 당선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달라진 대통령 출근길 표정…주민들 일일이 악수하며 격의없는 '스킨십'
대통령 경호지침 "주민불편 최소화하라"…출근 직전까지 주변 한산
경호원, 빌라 관리인에 "사람 많아 복잡하시죠" 친근하게 말 걸기도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이 출근길부터 국민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전날 국회 취임식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과 격의 없이 인사하고, 부드러운 '파격' 경호를 보여준 데 이어 이날 홍은동 사저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출근길에서도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다.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부드럽고 유연한 경호'의 기조가 출근길 풍경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 셈이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문 대통령의 사저인 홍은동의 빌라 주변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전날 집무를 마친 뒤 귀가한 문 대통령 내외가 머무르고 있었지만, 경호원 6∼7명이 사저 앞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호인력은 점차 배가됐지만, '위압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한 경호원은 홍은동 빌라 관리인에게 "사람이 많아서 복잡하시죠"라면서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다른 사복경찰은 문 대통령의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줌인' 방법을 알려주면서 "그러니까 가까이 가시면 안 됩니다"라고 당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호원들은 문 대통령의 사저 출발을 앞두고 30분 전부터는 탐지견과 함께 빌라 주변을 도는 등 '불상사'에도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오전 9시께 사저에서 나와 대기 중인 '방탄차량'에 올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몇 미터 채 이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멈춰 섰고,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단지의 입구 쪽에 모여 있는 20여 명의 주민·지지자들에게 다가갔다.

예상치 못한 문 대통령의 '하차'에 주민·지지자들은 환호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불편하셨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쇄도하는 '셀카' 촬영 요청에도 응하면서 "오, 잘 찍으시네요"라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진짜 국민의 대통령"이라면서 환성을 질렀고, 또 다른 시민도 "그냥 지나갈 줄 알았는데, 인사를 하네"라면서 활짝 웃었다.

"수고하시고, 마지막 웃으면서 나오세요" 라고 응원하는 시민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고맙습니다"라면서 감사의 표시를 했다.

70대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문 대통령을 향해 큰절을 하려고 하자 "어이쿠"라면서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쏟아지는 요청에 일일이 응하는 사이 수행 대변인격인 김경수 의원은 일정에 늦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도 악수했다.

한 기자가 "오늘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로 출근하는데 어떤 마음가짐인가"라고 묻자 "허허"라고 짧은 웃음으로 답했다.

경호원들은 문 대통령 주위를 정리하는 수준으로 경호했고, 몰려드는 시민들을 지나치게 통제하지는 않았다.

문 후보는 약 3분가량 주민들과 인사를 한 뒤 다시 차량에 올라 청와대로 떠났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