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매체 보도 "마카오-싱가포르-말레이 이동패턴 파악한듯"


김정남 암살의 주요 남성 용의자들이 김정남의 뒤를 약 1년 동안 추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자사가 입수한 경찰 등의 최신 수사 상황을 인용, 여성 2명에게 암살을 실행하도록 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주모자들(masterminds)이 김정남의 이동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뒤를 밟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의 추적 범위엔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오간 김정남의 항공여행 일정도 포함됐으며, 이를 통해 김정남이 최근 싱가포르에 머물렀던 점도 알아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 신문은 남성 용의자 4명 중 3명은 암살이 벌어진 13일 오전 7시 30분부터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 현장에서 불과 50m가량 떨어진 공항 내 식당 '비빅 헤리티지'에 있었던 모습이 CCTV에 잡혔고, 나머지 1명은 사건이 벌어지고 있을 때 김정남의 뒤를 밟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경찰을 인용해 전했다.

그동안에는 용의자들이 최소 3개월간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전해진 바 있다.

말레이시아 중문지 중국보(中國報)는 암살을 용의자 남성 4명 가운데 1명이자 17일 밤 체포된 북한 국적의 신분증 소지 남성이 범행 실행 여성들을 1~3개월 전에 만난 남성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보에 따르면, 이 남성은 암살 실행 용의자이자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여성 도안 티 흐엉(29)을 3개월 전 말레이시아에서 한 아시아계 남성을 만났으며, 이 남성은 공항 CCTV화면에도 등장한다.

또 현지 중문지 동방(東方)은 이 남성은 또 다른 암살 실행 용의 여성인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5)를 가장 먼저 접촉하고 이후에도 연락을 취해온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 두 여성은 중국에서 한 남성 '간첩'을 만났으며, 이 남성이 100달러를 주면서 동영상 촬영을 제안했다고 하는 중국보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보도 내용은 김정남 암살이 적어도 1년 전부터 기획돼 행방 추적이 시작됐고 최소 3개월 전부터는 '위장 청부 살해' 계획의 실행이 가동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