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환율정책 새 전략으로 부상…"유연한 입장으로 전환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환율조작을 불법보조금 지급으로 간주해 해당국에 상계관세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정책당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데서 한발 물러서면서도 중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것을 막는 새로운 전략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추진안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장관은 어떤 국가든 환율조작을 할 경우 불공정하게 보조금을 부과한 것으로 간주한다.

미국 기업들은 이런 경우 해당국 제품에 대해 상계관세 등 조처를 미국 상무부에 요구할 수 있다.

이는 미국 국가무역위원회(NTC)가 대중국전략 중 일부로 취합한 정책 중 하나로, 중국에 도전하면서도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에 적용되는 조처가 다른 국가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NTC의 방침이다.

소식통들은 이번 조처로 트럼프 행정부가 적어도 지금은 중국이 실제 무역이익을 위해 환율을 조작하는지에 대한 논란에 직면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면서 각을 세우기보다는 중국에 대한 정책스탠스를 유연하게 전환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대선캠페인 과정에서 중국을 취임 첫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취임 이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지난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히고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새로운 추진안이 실행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되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다른 국가들도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 달러화 약세를 불러왔다며 이를 보조금 지급으로 간주해, 미국산 수출품에 대해 비슷한 조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결과를 낳을 것을 우려해, 외환시장 개입을 보조금으로 간주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소식통들은 이런 추진안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 등 트럼프 내각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중간의 오랜 논란거리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재무부는 작년 4월과 10월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의 전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작년 4월에는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요건, 작년 10월에는 무역흑자 요건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통상 환율관찰대상국 지정은 2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이뤄지지만, 중국은 한 차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경우 최소 2차례 이상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한다는 추가 조항에 따라 작년 10월에도 환율관찰대상국에 머물렀다.

미국이 중국을 마지막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 클린턴 정부 당시다.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향에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하려는 '달러 매수'개입에 대해 미국은 환율조작이라고 몰아붙인다.

미국은 개정 미국 무역촉진진흥법(BHC수정안)에 따라 무역상대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판별할 때 해당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일방향의 반복적인 개입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방향의 반복적인 개입을 했는지는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를 넘는지와 12개월 가운데 8개월 이상 순매수했는지가 기준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