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무역상대국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몰아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무역과 통화시스템에 명백한 위험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사설을 통해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각국은 언제라도 미국의 협박에 저항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며, 미국이 국가 간에 서로 사이가 틀어지게 하는 것을 용인하면 안 된다고 이 신문은 제언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경제를 한 국가의 이익이 다른 국가의 손실로 귀결되는 제로섬 게임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꼬집었다.

국가별 이익과 손실을 무역수지로 잰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삐뚤어진 시각을 갖고 정당성도 없이 주요 무역상대국을 공격하면서, 있지도 않거나 미국이 앙갚음하겠다고 할만한 자격이 없는 문제를 고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반복해서 주장해왔다.

여기에 지난주 경제학 교수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내정자는 환율과 무역에 관한 공격을 개시했다.

그는 특히 '독일의 배신'에 초점을 맞추면서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절하하고 무역흑자를 쌓아올리면서 전 세계의 수요를 독점하고 다른 유로존(유로화사용 19개국)의 성장세를 약화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명백히 틀렸다고 FT는 지적했다.

독일은 유로화를 관리하지 않고, 유로존 국가들은 2000년 이후 유로화 가치에 영향을 주기 위한 개입을 하지 않아 왔다.

게다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지적했듯이 독일은 유로화 가치를 끌어내린 유럽중앙은행(ECB)의 초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하지도 않았다.

독일이 오래 전부터 경쟁력을 위해 임금과 내수를 낮게 유지해 다른 유로존 국가를 상대로 무역흑자를 쌓아왔다는 나바로 내정자의 지적은 반쯤 맞는다.

독일의 무역흑자와 재정스탠스에 대한 비판은 국제경제계에서 오랫동안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를 환율정책과 연결하는 것은 미국이 경제보복에 대한 비판을 무마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지적했다.

아울러 실제로 유로존 정부들이 서로 등을 돌리게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고 FT는 덧붙였다.

일본과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은 독일에 대한 비판보다 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이 마지막으로 엔화환율에 개입한 것은 2011년이라고 조용히 상기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게다가 중국은 위안화 가치방어를 위해 필사적으로 위안화를 사들였지, 팔지 않았다고 FT는 강조했다.

FT는 분열을 조장하면서 세상을 순전히 중상주의적 잣대로 보고, 환율조작에 대해 근본적으로 거짓말을 일삼는 것은 국제경제정책을 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꼬집으면서,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무역과 통화시스템에 명백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