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1 대 1로 같아지는 패리티(parity)가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분의 2가 넘는 19명(68%)이 올해 안에 패리티가 발생할 것으로 답했다고 1일 전했다. 지난해 말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4% 하락한 유로당 1.052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16일엔 유로당 1.036달러로 2003년 8월 이후 1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FT는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등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였으며 올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미국의 통화·재정정책 차이가 이를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정부가 대규모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재정확대를 계획하는 반면 유럽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CB는 지난달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오는 3월 끝나는 양적완화 기간을 연말까지 9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유로존에서 투자금이 대거 빠져나오는 반면 미국으로는 글로벌 자금이 몰려드는 점도 패리티를 가속화하는 원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유로존 국가에서 4975억유로의 자금이 유출됐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유로존 이외 지역의 투자금 313억유로를 합쳐 모두 5288억유로의 자금이 유로존에서 빠져나왔다.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역대 최대 규모 자본 유출이라고 WSJ는 전했다.

반면 지난해 11월8일 미 대선 이후 연말까지 8주간 미국 주식시장으로 660억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올해도 미국 경제 회복과 인플레이션율 상승, 미국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 요인이 될 전망이다. FT는 유로화 약세가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수출을 늘려 경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유로존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독일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