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을 표방하는 신(新)중상주의의 부상은 무역으로 먹고살아 온 한국에 커다란 위협이다. 특히 보호무역에 앞장서는 미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달 말 출범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백악관 직속으로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해 대통령이 통상정책을 직접 챙기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금 통상 조직으로는 글로벌 통상전쟁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보호무역이라는 거대한 조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통상 전략과 조직, 기능을 처음부터 새로 고민해 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당선자가 NTC를 만들기로 한 것은 대통령이 직접 통상을 챙기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형태의 조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인 NTC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노동부를 관할한다.

여기에 비하면 한국의 통상 조직은 약하다. 1995년 이후 주무부처가 정권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로 번갈아 바뀌면서 일관성과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통상정책 주무부처는 외교부에서 다시 산업부로 이관됐다. ‘산업과 통상이 연계돼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산업, 에너지, 통상 등 3개 업무를 모두 챙겨야 한다. 산업부 내에서도 무역·수출은 1차관, 통상은 2차관 소관으로 분리돼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외교, 안보, 통상을 큰 차원에서 같이 들고 나오고 있다”며 “한국도 주변 여건상 외교, 안보와 경제 문제를 분리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은 통상이 산업부로 들어가며 외교 문제와 연계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도 “산업부가 표방한 대로 산업과 통상의 시너지가 났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만 해도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한국 수출품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산업부가 외교부와 칸막이를 치고 산업 쪽만 고려하는데 이런 식으론 통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통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장관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있을 땐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을 따로 둬 각 부처 차관을 수시로 불러모아 회의를 했다”며 “새 정부에서는 ‘산업부에는 장관을 두 명 둔다’는 식으로 정부조직법을 바꿔 통상전문 장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도 “지금은 산업부 2차관이 통상 장관 역할을 대행하는데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제한적”이라며 “NTC처럼 한국도 통상과 무역을 함께 다루는 통상무역 장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