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경제에 신바람을 불어넣어라
정유년 새해 한국 경제 출발은 우려보다는 매우 희망적이다. 그동안 감소세였던 수출이 지난 연말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회복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2017년 대외여건 예상이 모두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새해에는 전년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중 양국의 통상관계가 파국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지나친 걱정일 수 있다. 자국 경제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두 대국의 지도자들이 서로 크게 손해볼 일을 하겠느냐는 낙관적 관측도 있다. 국내적으로도 부동산경기가 전국적으로 과열된 것도 아니고 가계부채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도 아니다. 외환이나 재정여력 역시 적어도 남들이 볼 때는 부러워할 정도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 결국 새해 한국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활력을 유지할 것이냐 여부는 대내외 환경변화 내용보다는 이를 헤쳐나가려는 경제주체들의 강력한 의지를 북돋아줄 정책여건을 얼마만큼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해 한국 경제의 살길은 기업이나 근로자들이 환경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고자 서로 마음을 합해 열심으로 일하는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경제정책 목표를 분명히 하고 현실에 부합한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일의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는 제도를 만들어야 신바람은 일어난다. 무엇보다 성장중심 정책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저성장세로 부의 편재가 심해지면서 성장과 분배에 대한 이분법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새해는 5년마다 오는 정치특수로 인해 오직 표를 얻기 위한 인기영합적 분배중심의 복지정책이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정부재정에 의한 과도한 분배정책은 결국 국민경제를 파탄으로 이끈다는 것은 사회주의나 유럽 국가들의 예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을 꺾고 계층 간 분란을 일으키며 지속가능성이 없는 정부재정 의존적 경제구조를 심화시키는 까닭이다. 기업의 투자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중심의 분배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야 국내 경제자원을 효과적으로 집적할 수 있다.

성장정책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현실에 맞는 기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국내 기업정책은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제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대기업은 질시적 과도규제에 얽매여 있고 중소기업은 온정적 과잉보호에 갇혀 있다. 기업들의 거대투자와 빠른 성장을 원하면 경쟁제한적 각종 규제를 혁파하는 한편 기업지배구조제도의 과감한 혁신도 추구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구글이 드론 개발, 무인자동차 등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은 구글의 지배구조상 창업자에게 막대한 의결권을 주는 황금주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경제에서 성장의 기본주체는 누가 뭐래도 기업임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국은 모두 자국 내 기업입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 정치권도 적자생존의 세계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기업사기를 드높이는 정책을 주도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경제성과를 나누는 노동시장의 공정성 또한 높아져야 한다. 과도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임금배분과 고용구조로는 전체 근로자들의 신명을 끌어낼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신분구조를 없애고 자기가 원하는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소득을 얻는, 철저한 성과중심의 임금과 고용체제로 바꾸어야 한다. 새해 경제 위기감을 이기고 성장력을 높이려면 시장경제 원리에 바탕한 기업정책과 공동체 정신에 기반한 노동시장개혁의 융합을 이뤄야 한다.

유병규 < 산업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