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직격탄…수도권 상가매물 72% 급증
소비 위축이 가속화하면서 지난해 수도권 소재 상가 매물이 급증했다. 인천·경기 지역에서 매물로 나온 점포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가정보업체인 점포라인은 지난해 자사에 매매를 의뢰한 점포 물건이 이전 연도(2015년)보다 72% 증가한 2만4286개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이 회사가 매물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세 번째로 많은 물량이다. 역대 최대는 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만7908개), 역대 두 번째는 경기 침체가 심해진 2010년(2만5311개)이었다. 염정오 점포라인 팀장은 “지난해 자영업 경기가 금융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웠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과 경기에서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인천·경기지역 점포 매물은 모두 8314개로, 이전 연도에 비해 129.47% 급증했다. 지난해 매물로 나온 서울 점포는 2015년보다 52% 증가한 1만5972개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보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의 영향으로 한식점 매물이 급증했다. 지난해 수도권의 한식점 매물은 2559개로, 이전 연도 대비 66% 증가했다. 학원 매물은 381개로, 2015년(32개)에 비해 1090% 늘어났다. 평균면적 150㎡ 미만 소규모 보습학원이 대부분이다. 학부모들이 교육비 지출을 줄이면서 주거지 근처 소규모 학원이 먼저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페 매물도 2015년 645개에서 작년 1506개로 133% 증가했다. 자영업계 유행 업종인 커피전문점 매물은 같은 기간 1956개에서 2629개로 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윤병한 상가114 대표는 “점포 영업은 경기 변동에 아주 민감할 뿐만 아니라 정책 변화에 따른 심리 위축이 곧바로 반영된다”며 “은퇴한 베이비부머의 창업이 줄면서 수요는 줄고 있는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물은 급증했다”고 말했다.

상가 전문가들은 경기 위축이 가속화하고 있어 올해 점포 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작년 9월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의 직접적 영향권에 든 꽃집, 한정식집 등의 폐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경기 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구가 늘고 있어 문을 닫는 소규모 근린상가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