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왜 러시아를 좋아할까?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브로맨스'(남자들끼리 매우 두텁고 친밀한 관계)를 뽐냈다.

트럼프 당선인이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칭찬하면 푸틴 대통령도 트럼프를 향한 찬사로 화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하고 시리아 내전에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를 지지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기도 했다.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을 향해 "바보 같은 녀석"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불쾌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구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를 차기 행정부 국무장관에 지명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후 극도로 악화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예고했다.

16일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를 보면,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 '편애' 이유를 그의 부동산 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 사업가들에게 건물을 많이 팔아 큰 수익을 남겼다는 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USA 투데이는 여러 부동산 업자와 미국·러시아 언론 보도를 토대로 트럼프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의 유착을 파헤쳤다.

러시아 이너서클로 권력 중심부와 가까운 올리가르히는 자연스럽게 푸틴 대통령으로 연결된다.

호텔 개·보수 문제를 논의하고자 1980년대 처음으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트럼프 당선인은 1990년대 몇 차례 파산으로 최고급 호텔·콘도미니엄 사업에서 차질을 빚자 러시아 투자자를 끌어들이고자 아들과 함께 자주 모스크바를 찾았다.

1980년대 말 국가 소유 건물을 살 수 있는 권한을 받은 구소련 사람들은 소련 해체 후 1991년 새로 탄생한 러시아 연방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올리가르히가 됐고, 이들은 돈을 국외로 반출할 수 있는 권리도 누렸다.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을 지닌 이런 올리가르히들이 트럼프의 협상 표적이 됐다.

러시아 갑부들도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최고 사양의 트럼프 콘도미니엄을 안전한 투자처로 반겼다.

뉴욕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돌리 렌츠는 1990년대 말 트럼프 월드 타워에 있는 콘도 65채를 마땅한 투자처를 찾던 러시아 재벌들에게 팔았다고 했다.

일리야 레즈닉 역시 플로리다 주 남부에 있는 호화 트럼프 콘도 수십 채를 러시아 사업가들에게 팔았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부자들은 트럼프 그룹과 라이선스 계약으로 트럼프 이름을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미국 건물의 매입에도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2007년 미국에 있는 러시아-미국 상공회의소 회장과 손잡고 러시아와 구소련 지역 부동산 개발 계획에도 착수했다.

그 무렵에도 러시아 갑부들이 미국의 트럼프 소유 아파트를 수십 채나 장만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에서 직접 건물을 짓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고 이익을 챙기는 전략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트럼프 당선인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2008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치 등 러시아 여러 도시를 돌며 아버지의 이름을 살 개발업자를 물색했다.

그는 당시 18개월 동안 6차례나 러시아를 방문했다.

러시아의 부동산 재벌인 아라스 아갈라로프는 트럼프 당선인 측에 2천만 달러를 주고 2013년 모스크바에서 자국 처음으로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개최했다.

아갈라로프와 트럼프 당선인은 3억5천만 달러(4천154억5천만 원)에 이르는 부동산 개발 계획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트럼프의 대선 참여 이후 이는 현재 보류된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의 전기를 쓴 마이클 단토니오는 "트럼프가 러시아에 투자를 고려했다기보다 러시아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내려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파산 후 미국에서 사업 자금 확보와 부동산 판매에 어려움을 겪던 트럼프가 러시아로 눈을 돌렸다"고 평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