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민의당 "탄핵기구설치, 與 비박계와 연대"
'국회 200석·헌재 통과·최장 6개월' 과제 산적…탄핵 착수 시기 최대고민
禹 "통과 확실할때 발의…잠 안와"…국회추천총리·사퇴촉구안 등 의견 봇물


야권이 2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모드에 일제히 돌입했다.

검찰이 전날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 '공모자'로 명시한 게 계기로, 대척점에 있는 새누리당의 비박(비박근혜)계와의 공조도 모색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하야 불가를 외치고 검찰 수사까지 거부하면서 '말 바꾸기'를 한 상황에서 '강제적인 퇴진'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야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하지만 탄핵안의 국회 통과와 헌법재판소 판단이라는 쉽지 않은 관문이 남아 있어 자진 사퇴 압박을 계속해 나가면서 탄핵 발의 시기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를 위한 실무 기구를 두기로 했다.

탄핵추진기구는 당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 산하에 설치, 탄핵을 위한 법률 검토 등 실무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율사 출신 의원 등 7∼8명으로 짜일 것으로 보이며, 외부 전문가 영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비박계 등 탄핵 동의 세력 전반을 아우르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전날 야권 대선주자들의 탄핵추진 논의 착수 요청에 신중론을 내비쳤던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내민 것은 박 대통령의 버티기가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직접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당도 이날 박 대통령 탄핵추진을 당론으로 공식화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탄핵 의결에 필요한 200명 이상 서명을 받기 위해 야 3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박계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도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탄핵에 필요한 정치적·도덕적·법적 요건이 갖춰졌다"며 "탄핵 발의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야권이 탄핵 돌입을 일제히 선언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추 대표는 "탄핵추진은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회의에서도 "성공하는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추 대표 고민의 지점은 ▲ 새누리당 비박계의 협조 ▲ 헌법재판소 판단 ▲ 최장 6개월이 소요되는 시간 등이다.

탄핵안의 국회 가결을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인 최소 200명이 필요하고,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의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설사 이 두 조건이 충족되어도 너무 오랜 기간이 걸려 만에 하나 민심 변화 가능성을 우려한 대목이다.

"이렇게 지난한 길을 생각할 때 아직도 최선의 방책은 박 대통령 스스로 사임을 결심하는 것"이라는 추 대표의 언급에는 이런 고심이 묻어 있다.

민주당 비공개 의총에서도 탄핵을 더는 지연할 수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이와 맞물린 국회 추천 총리 문제에 대한 입장을 서둘러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당 법률위원장인 안호영 의원은 "탄핵 의결을 완벽히 준비해야겠지만 그걸 이유로 지연시킬 수 없다"고 했고, 이언주 의원은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된 오는 주말에는 국민에게 할 말이 있어야 한다.

너무 끌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석현 의원은 "국민이 안심하고 퇴진 운동하도록 총리를 추천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노웅래 의원은 "야권은 중요한 순간에 항상 분열하고 싸워서 졌다.

탄핵은 탄핵이고 총리 추천은 추천"이라며 국회 총리 추천을 결론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훈 의원은 "야당과 국민이 참여하는 탄핵추진국민위원회를 만들어 이천만 서명운동을 하자"고 제안했고, 남인순 의원은 "시민사회와 연대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정우 의원은 국회 차원의 대통령 사퇴 촉구안 제출을 제안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대전 촛불집회에 참석, "전국 방방곡곡 대통령 탄핵서명운동으로 국민 의사를 제대로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야권이 탄핵추진을 공론화하고 이에 동력을 부여하기 위한 각종 제안이 분출됐지만, 무엇보다 당 지도부가 고민하는 지점은 탄핵 시기다.

헌재 판단을 제쳐놓고라도 일단 국회에서 200명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하는 게 급선무인데, 자칫 사전 준비 없이 의욕만 앞서 섣불리 절차를 밟다간 국회 차원에서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이 차원에서 우 원내대표는 "통과가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발의한다"고 했다.

그는 의총에서 "200명을 어떻게 만들까 잠이 안 온다"며 "새누리당에서 찬성표가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친한 의원 한 명만 조용히 설득시켜 말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