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우려에 옐런 금리인상 기정사실화
달러·국채금리 급등행진…금융당국 초긴장 모드

미국에서 발생한 경제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경기 활성화 정책 전망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있고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2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1,180원 선을 넘어섰다.

이런 금융시장의 충격이 단기에 진정되지 않고 지속되면서 금융당국은 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시하는 등 비상 모드에 돌입했다.

◇ 흔들리는 금융시장…달러·금리 최고 행진

18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1원 오른 1,181.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1,180원 선을 넘은 것은 브렉시트 가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 6월 27일(1,182.3원) 이후 약 4개월 보름 만이다.

시장 금리도 급등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7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2.4bp(1bp=0.01%p) 급등한 연 1.713%로 마감해 6거래일째 오르며 올 들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5년물과 10년물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연중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장기물인 20년물과 50년물도 역시 올 최고치 행진을 지속했다.

주식시장에서도 18일 오전 9시 1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3포인트(0.18%) 내린 1,977.02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금융시장의 불안은 미국에서 출발한 금융시장 불안 요인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규모 경기부양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더구나 전날 밤 옐런 의장이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발언에서 "비교적 이른 시점에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다음 달 13∼14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상 결정이 내려질 수 있음을 시사하자 이런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12월 금리 인상에 이어 내년에도 2∼3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과 달러 강세가 예상되며 미국 금리 상승은 특히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자본유출 가속 우려…한은 기준금리 '고민'

금융시장의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돼있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이 201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의 구간별 외국인 순매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50원 이하에서는 적극적인 매수세를 나타냈으나 1,150원을 넘어서면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수현 NH투자증권 WM사업부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는 통상 신흥국 자본이탈 우려로 확산한다"며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서는 환율 수준이 1,150원 선이라는 점에서 자금이탈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최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8천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문제는 미국의 경제정책 방향을 둘러싼 금융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연준이 12월 FOMC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는 아직 1개월가량의 시간이 남았고 트럼프는 내년 1월 20일에야 취임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려면 아직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내외금리 차가 줄어들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기준금리를 올리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시장불안을 더욱 키울 공산이 커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은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시장불안이 확산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적시에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른바 '트럼프노믹스'가 본격화하면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여파로 한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흥국에 투자됐던 돈을 빨아들이는 형국"이라며 "국내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로 적극적인 재정의 경기보완 역할을 기대할 수 없어 불안 심리가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박의래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