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부회장 퇴진 입박·포스코 회장 선임 관여 등 위법 여부 조사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사는 조원동(60)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17일 오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비선실세 최순실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조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조 전 수석은 2013년 말 이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에 휩싸여있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손경식 당시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VIP)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너무 늦으면 난리 난다",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등의 발언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이후 사실상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2014년 하반기 미국으로 건너가 머물고 있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CJ가 자사의 케이블 방송 채널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관람 후 눈물을 흘린 영화 '광해'를 배급한 것 등으로 현 정권의 미움을 샀다는 얘기가 나왔다.

조 전 수석은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한 언론은 조 전 수석이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3년 말 "차기 회장은 권오준으로 결정됐다"고 포스코 측에 통보하는 등 깊이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권오준 회장은 실제 이듬해 1월 정준양 전 회장을 잇는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전 수석의 민간기업 경영권 간섭이 사실로 드러나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공범 관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조 전 수석은 이밖에 2014년 2월께 박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60·구속)씨와 그의 딸 정유라(20)씨가 자주 갔다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피부미용업체의 해외진출을 직접 추진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 업체는 준비 부족으로 결국 해외진출에 실패했는데 3개월 뒤 조 전 수석의 교체가 이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음주 운전 사고로 재판을 받는 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2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그는 작년 10월 28일 밤 술을 마신 상태로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택시 뒤범퍼를 들이받고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올해 1월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이후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했고 1심에서 검찰은 벌금형(700만원)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