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새마을 사업에도 파장, 지방정부 타격 불가피
"정국 혼돈 지방정부에는 태풍"…중앙·지방정부 소통 단절 우려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도 이른바 '최순실 예산'을 재점검한 뒤 예산을 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관련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에 보고한 3천385억7천만원을 포함, 무려 3천569억7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예산의 일부는 중앙 부처가 자체적으로 깎거나 국회 상임위를 거치며 삭감될 것으로 보이는데,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에도 그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퇴진 요구가 거세고 과도정부 수립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 장관이 언제 교체될지도 모르는 상황인 데다가 공석인 주요 기관장 임명까지 지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주요 사업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순실 사태에서 초래된 '국가 패닉' 상태가 지속한다면 국정 마비는 물론 시·도정 마비까지 초래될 수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예산 편성에 차질이 빚어져 국비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끊긴다면 정국 혼돈이 지방정부에는 태풍으로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 문화융성·창조경제사업 차질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된 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강원도에까지 미쳤다.

전 세계 스포츠인들의 축제이지만 최씨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비 지원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요즈음 강원도 공무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최씨 개입 의혹으로 평창의 이미지 추락 및 국비 삭감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강원도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국비 추가 지원을 건의하고 나섰지만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최씨와 그 측근 인사들의 관여 의혹에 휩싸인 문화 관련 사업을 추진해 온 지자체의 시름도 두말할 나위 없이 크다.

전북도의 역점 사업 중 하나는 '지역거점형 문화창조벤처단지'이다.

내년 국비와 지방비 절반씩 총 300억원을 들여 전주·완주 혁신도시에 문화콘텐츠 제작·사업화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북도가 문체부에 제안해 추진된 사업이지만, 최씨의 관여 의혹이 불거지면서 중단 위기감마저 조성되고 있다.

대전시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유치 구상도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고화질 드라마타운 사업과 연계해 문화창조아카데미와 문화창조벤처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의 이권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문체부가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예고했고 대전시 역시 세부계획 수정에 나서야 할 처지가 됐다.

경기도의 K-컬처밸리 사업의 정상 추진 여부도 관심거리다.

차씨는 이 사업을 비롯해 CJ가 참여한 사업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데다가 경기도의 특혜 대부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의회가 특위를 구성, 점검에 나섰기 때문이다.

도는 테마파크 부지를 토지가의 1%인 연 8억3천만원에 50년간 CJ E&M의 자회사인 사업시행자 케이밸리에 대부하기로 계약했다.

도는 1% 대부율이 외국인 투자기업에 적용하는 최저 대부율로 법적 문제가 없고 차씨와 접촉한 적도 없다고 부인하지만, 도의회는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들을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 대구공항 통합 이전·새마을운동 추진에도 여파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대구공항 통합 이전사업과 KTX 구미역 정차 추진에도 최순실 게이트 불똥이 튀었다.

신공항 건설 무산 직후인 지난 7월 11일 박 대통령은 군부대와 민간이 함께 사용하는 대구공항 통합 이전 의지를 밝히자 대구는 환영했다.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 조율이 필요하지만 이번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으로 통합 이전이 순조롭게 추진될지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KTX 구미역 정차 추진도 지난달 19일 구미를 방문한 박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으나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새마을운동 기념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영광군 군남면 포천리 일대에서 서남권 새마을운동 기념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5억원의 국비까지 요청했지만 국회 심의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마을운동 기념 및 세계화 사업에 대한 최순실씨 개입 의혹이 쏟아지면서 비판 여론이 조성된 탓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던 '창조경제' 정책에도 최순실 게이트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최씨와 그 측근들이 창조경제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일부 드러나면서다.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애초 지난 4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2센터' 개소식을 계획했지만 연기했고, 대전시의회도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내년도 예산 15억원의 삭감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인건비를 제외한 운영비·사업비가 필요하냐는 이유에서다.

부산시도 창조경제센터 관련 내년도 예산 22억원을 편성했지만, 중앙·지방 매칭 사업인 만큼 중앙정부 예산이 삭감된다면 그에 맞춰 예산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최순실 무관한 사업에 영향 끼칠라" 지자체 우려
부산시의 걱정은 하나 더 있다.

아시아 한류 종합 축제인 부산 원아시아 페스티벌을 내년에도 개최할 계획인데,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문화 사업이 대폭 축소될 경우 국비 확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울산시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예산이 없어 내년도 국비 확보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어수선한 정국 탓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중앙정부와 국회의 예산 협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진·태풍 피해 관련 예산을 제때 확보해야 하는데 중앙정부에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적어지고 예산 확보가 지연된다면 복구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충북도 역시 최순실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사업이 없어 별다른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전국의 문화 사업이 위축되면서 국비 지원액이 감소한다면 충북도 역시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어수선한 정국 속에 예산안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도 적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내각 총사퇴 수준의 거국내각 구성이 이뤄진다면 장관 교체가 불가피하고,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비 지원 요청이나 핵심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당장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어수선한 정국 속에 국비 지원을 확대해 달라거나 내년도 중점 사업을 협의하자고 나서기가 민망하다고 푸념하는 지방공무원들도 있다.

지금껏 추진해 온 지자체 역점 사업이 장관 교체 등으로 방향이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주군과 북구 등은 지난달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큰 피해를 보았는데 예산 논의 지연으로 국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복구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