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계획 범행 밝혀내…검찰 수사단계서 자료 확보 후 진술 진위 확인

제주 성당에서 발생한 흉기 살인사건이 23일 제주지검으로 송치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성당에서 기도하는 6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된 중국인 천궈루이(50)씨에 대한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7일 사건 발생 7시간 만에 범행 현장에서 40여㎞ 떨어진 서귀포시에서 배회하는 천씨를 붙잡아 범행이 고의적이고 계획적이라는 증거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검거 과정에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천씨의 인상착의를 확인, 3시간 만에 출국정지 조치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천씨가 지난 13일 무사증으로 제주에 온 뒤 흉기를 미리 사고 범행 전 해당 성당에 2차례 가 사전 답사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한 점을 밝혀냈다.

천씨는 경찰의 추궁이 계속되자 "어린 여성은 너무 불쌍하고, 성인 남성은 반격당할 것 같아 위험해 보여 범행 대상을 성인 여성으로 범행 대상을 잡았다"고 실토키도 했다.

천씨에 대한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의 면담 조사에서도 "망상장애에 의한 비합리적 사고가 범행계획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망상장애는 모순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가지 이상의 생각을 1개월 이상 지속해서 하는 것을 말한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행동이 명백하게 이상하다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망상·환각·긴장 행동 등 2가지 이상의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하는 정신분열증(조현증)과는 다르다.

중국에 있는 천씨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전화통화에서도 "천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상한 말(누군가 머리에 칩을 이식해 조종한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으나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약을 먹은 사실은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천씨가 "감정이 좋지 않은 전 아내 2명이 떠올라 화가 나 피해 여성을 살해했다"고 하거나 "누군가 내 머리에 칩을 심어 조종해서 흉기 살해했다"는 등 비합리적 진술을 해 경찰수사 단계에서는 명확한 범행동기는 밝히지 못했다.

천씨의 정확한 정신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정신 감정 유치'가 필요하나 감정 기간이 대략 3개월이 걸려 경찰수사 단계에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 수사에서 중국 측에 요청한 자료 등을 토대로 정확한 정신상태 등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천씨가 애초 진술한 범행동기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허베이성 공안에 천씨의 가족관계와 직업, 범죄경력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고 휴대전화의 디지털 증거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천씨의 정확한 정신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정신 감정 유치'가 필요하나 감정 기간이 대략 3개월이 걸려 경찰수사 단계에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천씨는 지난 17일 오전 8시 40∼45분 제주 모 성당에 침입해 혼자 기도하던 김모(61·여)씨를 수차례 찔러 달아난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김씨는 흉기 피습 직후 119구급대에 "공격당했다"고 신고하고서 의식을 잃었다.

이후 병원 치료 중 18일 오전 과다출혈로 숨을 거뒀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ko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