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6] 장하나 vs 박성현 vs 안시현…장타냐 전술이냐
장하나(24·비씨카드) 안시현(32·골든블루) 박성현(23·넵스).

23일 열리는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6’ 대회 1라운드에서 ‘뜨거운 챔프’들이 한 조로 묶였다. 지난주 한국여자오픈 우승자(안시현)와 디펜딩 챔피언(장하나), 올 시즌 상금 1위(박성현)다. 첫날 낮 12시10분 1번홀에서 티오프하는 이들은 이틀 내내 같은 조에서 경기해야 한다.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6] 장하나 vs 박성현 vs 안시현…장타냐 전술이냐
장하나와 박성현의 장타 대결이 우선 흥미롭다. 정면승부냐, 우회할 것이냐가 관심사다. 객관적 수치에선 박성현이 다소 앞선다. 박성현이 267.75야드(약 245m)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위다. 장하나는 지난해 국내 대회에 다섯 차례 초청선수로 출전해 평균 258.33야드를 날렸다. 올 시즌 KLPGA 드라이브 비거리 3위인 김민선(21·CJ오쇼핑)과 비슷하다.

하지만 실제 대회장 코스에서 갤러리가 느끼는 ‘체감 비거리’는 두 선수 모두 280~300야드를 넘나들 가능성이 높다. 협회 통계치는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3번 우드, 하이브리드 티샷도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프로암 경기 1번홀에서 300야드 안팎을 날려 동반자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장하나 역시 장타 대신 정타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지만 박성현의 ‘도발’에 침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멀티 챔프(시즌 2승)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장타 듀오’의 정면승부는 갤러리들이 호사를 누릴 기회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겐 ‘치명상’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비거리가 늘면 정확도는 떨어지게 돼 있다. OB(아웃 오브 바운즈)도 잦아진다. 국내외 투어에서 한 조로 묶인 두 선수가 모두 상위권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드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장하나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나만의 플레이를 지켜나가겠다”며 우회 전략을 시사했다.

장타조에 끼인 프로 15년차 노장 안시현의 생존법도 관심이다. 그는 “골프는 거리로 치는 운동이 아니다”며 “한국여자오픈에서 그랬듯 정교한 코스 매니지먼트로 비거리를 제압하겠다”고 말했다.

장수연(22·롯데) 고진영(21·넵스) 조정민(22·문영그룹)이 묶인 22조는 ‘죽음의 조’로 꼽힌다. 장수연은 12회 출전에 우승 두 번, 3위 세 번 등 올 시즌 ‘톱10’에 일곱 차례나 들었다. 고진영 역시 최근 8개 대회에서 우승 1회 등 톱10에 일곱 번 진입하는 등 날카로운 샷감을 뽐내고 있다. 올 시즌 생애 첫 승을 거머쥔 조정민도 지난주 열린 한국여자오픈에서 3위에 오르는 등 샷감이 좋다.

노장과 신참의 대결도 눈길을 끈다. 귀여운 외모에 날카로운 아이언샷을 갖춘 김혜선(19·골든블루)과 박유빈(22·베니스랜드), 서른 살 고참 홍란(삼천리)이 묶인 9조다. 나이 차 자체가 샷을 둔하게 하는 경우도 잦은 게 프로골프의 세계다. 김혜선은 “선배들이 귀여워해주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며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홍란이 이끄는 ‘신구 조화조’는 오전 7시40분 티오프해 낮 12시30분께 경기를 끝낼 예정이다.

아일랜드CC=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