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팀, 이르면 내달 '라이벌' EY한영으로 집단 이직

수조 원대 손실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을 부실하게 감사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 여론의 집중 타깃이 된 국내 2위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이 흔들리고 있다.

이르면 내달부터 안진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맡아온 워크아웃팀 핵심 인력 상당수가 경쟁업체인 EY한영 회계법인으로 둥지를 옮길 예정이기 때문이다.

3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안진 워크아웃팀에 소속된 핵심 임원 여러 명이 이달 초부터 한영으로 이직하기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한 소식통은 "이사, 상무, 전무급 인사 등 중진 간부들이 이미 이직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이 빠져나가면 워크아웃팀 전체가 빠져나가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심 인력이 이탈하면 실무진인 부장·차장급 직원들도 함께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진에서 한영으로 이직할 인원은 최소 2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의 구조조정본부 인력은 총 80명, 구조조정본부 산하 워크아웃팀 인력은 30~40명 수준이다.

안진의 워크아웃팀은 산업은행팀이라고 불릴 만큼 일감의 대부분을 KDB산업은행에서 받아왔다.

안진 워크아웃팀 인력이 집단 이직을 추진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42660] 부실감사 책임으로 더는 산업은행 발주 물량을 따낼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안진은 지난 3월 대우조선의 작년도 영업손실 5조5천억원 가운데 2조 원가량을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했다며 뒤늦게 정정을 요구해 부실감사 논란을 낳았다.

이는 대우조선에 재무제표 재작성을 권고하는 형식이었지만 안진이 외부감사인으로서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었다.

이를 문제 삼아 산업은행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구조조정 관련 프로젝트에서 안진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안진은 금호타이어[73240] 매각 타당성 실사, 성동조선 구조조정 과정 모니터링 업무 등에서 빠지게 됐다.

산업은행은 국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국책은행으로, 올해 매각을 목표로 하는 비금융 자회사만 46곳에 달한다.

또 2018년까지 장기간 보유한 비금융회사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회계업계에서 일감을 나눠주는 '절대 갑(甲)'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조선·해운 경기 불황으로 구조조정 업무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안진은 대우조선 부실감사의 후유증으로 '일감 절벽'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영과 삼정 등 안진을 추격하는 라이벌 회계법인들이 구조조정 분야 역량을 키울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회계 인력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안진 워크아웃팀의 대부분은 한영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일부는 삼정으로 다음 달부터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회계업계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은 안경태 회장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실사를 맡았던 한진해운 관련 미공개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일 측은 일단 안 회장의 미공개 정보 유출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향후 일감 확보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로 안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삼일 역시 국책은행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그간 상위 2곳으로 일감이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공정한 경쟁구도를 만들어 회계업계 전반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회계업계는 삼일(2014년 매출 4천599억원), 안진(2천921억원), 삼정(2천759억원), 한영(2천255억원) 등 '빅4' 중심 체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