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량 3천억원 규모…"이란 제재기간 협조에 대한 보상"

현대로템이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 이란에 디젤동차 150량을 납품할 수 있는 우선권을 확보했다.

현대로템은 3일 오후(현지 시간)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 중인 이란 테헤란에서 현지 철도청과 디젤동차 150량 구매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테헤란 에스피나스 펠리스 호텔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 바박 아흐마디 이란 철도청 부청장 등이 참석했다.

MOU의 주요 내용은 이란 철도청이 2억6천만달러(약 3천억원)에 디젤동차 150량을 구매하고 현대로템은 계약가의 85%에 해당하는 금융을 주선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의 수출입은행은 디젤동차 구매 비용의 85%를 지원하고, 이란 정부는 지급보증을 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이란 철도청과의 세부협상을 통해 오는 7월 말 정식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이번 MOU는 이란 제재기간에 지속적인 협조를 해준 데 대해 이란 철도청이 수의계약을 통해 보답하기로 해 성사된 것이라고 현대로템은 설명했다.

앞서 현대로템은 2004년 11월 이란 철도청 산하 공기업인 RAJA사에 디젤동차 150량을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에 따라 현대로템은 2007년 말부터 68량의 디젤동차를 공급했지만, 2010년부터 시작된 대(對) 이란 경제봉쇄로 나머지 82량을 납품하지 못한 채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현대로템은 선납품한 디젤동차 68량에 대한 대금(876억원 상당)을 받지 못했지만, 제재가 풀릴 때까지 기다려줬다.

현대로템은 이번에 새로 공급하기로 한 150량과 별도로, 과거에 발생한 미수금 876억원과 미공급했던 82량에 대한 재공급 문제도 향후 이란 철도청 측과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현대로템이 정식 계약체결 후 공급하게 될 디젤동차는 디젤 기관을 이용해 운행되는 열차다.

이란은 사막이 많고 운행구간도 길어 전기선 설치가 어렵다.

게다가 원유 가격이 낮기 때문에 전기로 운행되는 전동차보다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디젤동차가 훨씬 효율적이다.

이란에 납품될 디젤동차는 교외선 960km 구간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도 이란 측과의 끈을 놓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준 점이 이번 MOU 체결의 주된 요인이 됐다"며 "이란 철도청과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현지 철도시장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