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 육성 물길 돼야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다. 소비자와 공급자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근래 프로슈머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는 크라우드펀딩이다. 기획 단계부터 완성 단계 혹은 그 이후까지 일반 대중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한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국내에도 2011년 이후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 등장하면서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의 제작사들이 지원을 받고 있다. 후원형, 기부형, 투자형, 대출형 등 참여자의 형태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지만,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젠 가능성에 투자하고 가치있는 일에 후원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크라우드펀딩 초기에는 업계에서도 반신반의하는 의견이 분분했다. 후원형과 기부형 같은 금전적 보상이 없는 투자에 과연 얼마나 호응이 있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러나 대중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들에 호의적이었고 덕분에 많은 영화, 게임, 도서, 아이디어 상품이 연이어 출시에 성공했다. 펀딩이 끝났다고 해서 제작사와의 인연이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작사는 이후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투자자들과 제품성에 대해 의논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어 낸다.

이런 과정은 게임과 많이 닮았다. 제인 맥고니걸은 저서 《누구나 게임을 한다》에서 게임의 본질을 목표, 규칙, 피드백, 자발적 참여로 요약한다. 이것을 크라우드펀딩에 적용을 해보면, 투자자(혹은 후원자) 모집이라는 퀘스트(quest·임무)가 뜨면 투자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모금 완료라는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사람들은 SNS에 홍보를 시작하게 되고, 목표에 도달했을 때 보상과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는다. 제작사는 참여자들의 반응을 토대로 피드백을 진행한다. 크라우드펀딩 자체가 거대한 문화게임인 셈이다. 이런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큰 특징은 참여한 사람이 다른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며, 이런 투자자들이 많아질 때 크라우드펀딩 성공률도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또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원하는 기업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스타트업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회사 자체에 대한 투자를 받아 더욱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투자자는 배당금 혹은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1호 기업인 마린테크노는 최근 미국 현지에서 20만달러 규모의 구매계약을 성사시켰다. 특히 증권형은 투자금액 1500만원까지 100% 소득공제가 적용되는 게 매력이다.

단순히 개인의 만족감이나 보상을 넘어서 사회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도 있다. 며칠 전 마감된 크라우드펀딩 중에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은 소녀상’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평화의 소녀상을 소장 가능한 형태로 제작해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프로젝트였다. 10~30㎝ 크기의 소녀상은 하루 만에 후원자 1300명이 몰리더니 46시간 만에 목표금액을 달성했다.

이처럼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에는 미래를, 문화산업에는 부흥을 가져다 주고 있다. 특히 개개인의 작은 힘이 모여 커다란 결과를 도출해 낸다는 점에서 크라우드펀딩은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직 초기 단계인 크라우드펀딩이 더욱 활성화돼 창조경제에 기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잡아 국내 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유창조 < 동국대 교수·경영학, 한국경영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