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고용절벽을 악화시키는 것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 ‘청년실신(청년 실업자+신용불량자)’ 같은 신조어가 청년 실업의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월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2.5%를 기록하며 2월 기준으로 1999년 이래 16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 평균은 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고용률도 지난해 사상 처음 30%대로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9위다. 2014년 대졸 취업률은 평균 67%로 공학계는 73.1%인 반면 인문계는 63.9%에 불과했다.

청년 실업률이 OECD 회원국 중 바닥인 배경에는 경직적 노동시장과 과도한 대학 진학률이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은 2013년 이후 경기 침체 여파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2016년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작년보다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9.1%에 그쳤다.

고임금, 수익률 저하 등으로 기업 투자는 정체 상태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4~2008년 연 5.2%에서 2009~2013년 연 3.5%로 떨어졌다. 일본은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1990년대 중반부터 청년 실업률이 급속히 치솟기 시작했다. 일본과 비슷한 한국 경제 역시 청년 ‘고용절벽’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청년 고용 대책은 인턴사원 확대 등 단기 일자리 마련에 치중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3%대 이하로 떨어지고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고용 친화적인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임금 수준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300명 이상 대기업의 정규직 대졸 초임이 일본 대기업보다 39% 높다고 한다. 2010년 이후 평균 임금인상률은 2013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5%대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2001~2010년 3.1%에서 2011~2014년 1.2%로 오히려 낮아졌다.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 인상이 고용절벽의 주범이다.

고용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고(故) 게리 베커의 주장처럼 노동시장 경직성이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와 높은 청년 실업률을 초래했다. 저성과자 해고나 임금피크제 시행 등 최소한의 고용 유연화 조치가 시행되지 않으면 고용 창출 여건은 개선되기 어렵다. 강성 노조와 독과점이 비정상적인 고임금 구조를 고착시켰고 그 부작용으로 실업과 양극화 문제가 악화됐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를 활성화해야 한다. 직업계 고교 취업률은 2011년 25.9%에서 2015년 46.6%로 상승했다. 고졸 취업 문화가 확산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직업계 고교 학생 수 비중은 19%로 OECD 평균 47%보다 크게 떨어진다. 능력중심사회를 이끄는 선취업·후진학 모델이 활성화돼야 한다.

백화점식 운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전문대의 직업 교육 기능도 강화하고, 일자리 중심의 특성화대로 육성해야 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교육, 고교·전문대 통합 교육 등을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규제 혁파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주력 제조업체는 지난 수년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강성 노조, 악성 규제 때문이다. 국내 투자 기피→제조업 공동화→고용 감소의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 등 많은 해외 기업이 저세금과 저규제의 미국 남부 지역에 투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도 시급하다. 롯데·SK 등의 면세점 폐쇄로 2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황당한 5년짜리 면세점 허가 때문이다. 관광, 의료, 유통 등 서비스 부문의 대못 규제를 풀면 많은 일자리의 길이 열린다. 규제가 적은 미국 시애틀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코스트코 등 고성장 기업의 허브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청년 일자리야말로 우리의 미래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