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판다 "하동 대나무 달콤해요~"…'무럭 무럭'
"굿보이"에 몸 비비꼬며 애교까지…사육사 3명 '귀하신 몸'
에버랜드, 내달 일반 공개…"2∼3년 뒤 합사…새끼 보도록"


17일 오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판다월드 실내 방사장에 수컷 판다 러바오(樂寶, 기쁨을 주는 보물)와 암컷 아이바오(愛寶, 사랑스러운 보물)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을 자는 공간인 동물사에서 막 나온 판다들은 아침 식사로 경남 하동에서 공수한 대나무 잎 6㎏, 줄기 2대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판다들은 이렇게 하루 6차례 식사를 한다.

잎 40㎏과 줄기 12대, 15∼20㎏이 하루 식사량이다.

간식은 사과와 당근 200∼400g씩이다.

여기에 고른 영양섭취를 위해 쌀, 옥수수, 콩, 계란 등으로 만든 빵인 워터우(窩頭)를 1㎏가량 또 먹는다.

지난 3일 중국 서부 쓰촨(四川)성 판다 기지를 떠나 인천까지 2천400여㎞에 이르는 먼 거리를 날아온 판다들이 한국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에버랜드 측이 판다들의 먹이 적응을 돕고자 쓰촨성에서 가져온 대나무 150㎏은 진작 동이 났지만 판다들은 그전에 하동산 대나무에 맛을 들였다.

에버랜드는 이미 지난해 12월 하동군산림조합과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대나무를 공급받는 '판다 대나무 사료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연간 2만8천600㎏의 대나무를 확보, 먹이 걱정을 덜었다.

하동군산림조합은 당일 수확한 대나무를 수분공급 등을 거쳐 냉장처리한 뒤 영상 5도가 유지되도록 제작한 탑차로 한 주에 2∼3차례씩 에버랜드로 옮겨 판다들에게 신선한 대나무를 제때 공급하고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먹는 양의 변화를 통해 바뀐 먹이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는지 알 수 있는데 아주 잘 먹고 있다"며 "특히 잎사귀를 좋아한다"고 판다들의 취향까지 전했다.

먹는 양과 함께 먹이 적응도 측정의 주요 기준인 대변 양은 러바오의 경우 오히려 늘었다.

중국에서 7∼9㎏이었지만 현재 10∼11㎏으로 늘었고 아이바오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에버랜드 측은 판다들이 바뀐 먹이에 충분히 적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판다들의 공간 적응 과정은 크게 동물사, 실내 방사장, 실외 방사장 등 3단계로 진행된다.

분리 사육 중인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각자의 동물사 적응을 일주일 만에 끝냈다.

동물사에는 판다들이 중국에서 사용하던 가로·세로 각 2m, 높이 0.4m의 침대와 동일한 크기의 침대가 마련됐다.

수줍음 많은 아이바오는 침대 주변을 벗어나지 않다가 2~3일이 지난 뒤부터 동물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지난 11일부터는 관람객과 만나는 실내 방사장 적응 과정에 들어갔다.

대나무를 비롯한 먹이를 실내 방사장에 둬 판다들이 동물사에서 실내 방사장으로 자연스레 이동하며 익숙해지도록 했다.

처음에는 실내 방사장에 있던 먹이를 동물사로 갖고 들어가 먹던 판다들은 이제 실내 방사장에 편히 앉아 먹는 것은 물론 실내 방사장 곳곳을 어슬렁거리며 쏘다니고 있다.

시원한 곳을 좋아하는 판다를 위해 준비한 인공 얼음바위에 눕거나 나무 위에 올라가서 낮잠을 잘 정도로 잘 적응해 에버랜드 측은 다음 주부터 실외 방사장 적응 과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러한 판다들의 적응은 강철원(48) 전담 사육사와 보좌 사육사 등 3명이 돕고 있다.

강 사육사는 1994년 중국에서 처음 들여온 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중국으로 돌려보낸 판다 한 쌍을 사육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사육사들은 판다들이 입국하기 약 두 달 전인 올해 1월 판다 기지로 미리 건너가 판다들과 함께 생활해왔다.

지금은 많이 친해져 사육사들이 "좋아", "멋지네", "굿보이(굿걸)" 등을 외칠 때마다 판다들은 스스로 몸을 비비 꼬는 등 애교를 부린다.

판다들이 새 둥지에 익숙해지면서 오전 8시 출근, 자정 퇴근을 반복했던 사육사들도 지금은 탄력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판다들이 중국으로 돌아가기까지 사육은 물론 중국 정부와의 판다 공동연구도 진행한다.

에버랜드는 중국임업국 산하 야생동물보호협회와 '한중 판다보호협력 공동추진에 관한 본계약'을 통해 15년간 러바오와 아이바오를 돌보는 대신 판다 보호 연구에 협력하기로 했다.

강 사육사는 "판다들의 일과는 먹고 자고 노는 것이 전부지만 이게 중요한 적응 프로그램"이라며 "2∼3년 후 판다 커플이 성체가 되면 아기 판다가 태어나도록 합사를 시도해 전세계 2천여마리가 전부인 판다가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판다들이 머무는 판다월드의 막바지 공사가 끝나는 다음 달 시범운영을 거쳐 판다들을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부지면적 7천㎡, 연면적 3천300㎡의 판다월드는 세계적인 동물원 디자인업체 독일의 댄 펄만(Dan Pearlman)사 설계로 지어졌다.

동물사는 환경호르몬을 분해해 새집 증후군을 막는 광촉매 시공으로 지었고 실내 방사장은 소음과 진동이 차단되도록, 실외 방사장은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판다월드는 현재 대형 UHD TV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첨단 IT 기기 설치 공사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들 IT 기기는 관람객들에게 간접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판다들을 만나기 전 판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판다들로 인해 30여만명의 신규 입장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며 "멸종위기종 보호, 어린이 입장객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도록 판다들을 잘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용인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