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찾는 입양인들과 모국의 정 나눠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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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입양인 '설날잔치' 정애리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회장
60여명 모여 전통문화 즐겨
끝내 친부모는 찾지 못했지만 한국에서의 새 생활 시작할 것
60여명 모여 전통문화 즐겨
끝내 친부모는 찾지 못했지만 한국에서의 새 생활 시작할 것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서울 필동 한국의집이 젊은이로 가득 찼다. 생김새는 모두 한국인이지만 쓰는 말은 제각각이었다. 더듬더듬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가다 말문이 막히면 영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등 외국어가 튀어 나왔다. 모두 외국으로 입양갔다가 한국을 찾은 해외 입양인들이다. 신선로에 담긴 떡국과 다채로운 색깔의 구절판이 나오자 호기심 섞인 눈으로 조심스레 한숟갈 떠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KAS·인카스)와 무궁화로터리클럽이 공동 주최한 ‘설날잔치’의 풍경이다. 해외 입양인 6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명절음식을 먹고 한국 전통문화에 관한 퀴즈게임 등을 즐겼다. 대부분 걸음마도 채 떼기 전에 외국에 입양됐다가 “뿌리를 찾고 싶어서” 혹은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서” 한국을 방문했다.
정애리 인카스 대표(55)는 “해마다 2만명이 넘는 해외 입양인과 그 가족들이 한국을 찾지만 한국문화를 생소해 하며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해외 입양인들이 같은 민족으로서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12년째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생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스웨덴으로 입양간 김안나 씨(26)는 “1주일 전 한국에 와 한국 친구가 많지 않은데 이런 행사가 없었다면 설날을 심심하게 보냈을 것”이라며 “같은 해외 입양인들과 교류하고 떡국도 먹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1978년 세 살 나이로 벨기에에 입양됐다가 2012년 한국인을 아내로 맞아 한국 정착을 선택한 장하다 씨(41)는 “처가 방문도 하고 설 연휴를 외롭지 않게 보냈지만 많은 해외 입양인이 명절 때 더 외로움을 느낄 것”이라며 “이들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고 한국문화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해외 입양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네덜란드 입양인 파울 씨(38)는 “한국말이 어눌하니 처음에는 중국인으로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나중에 네덜란드에서 온 해외 입양인이라고 했더니 대접이 갑자기 바뀌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장하다 씨도 “벨기에는 프랑스어가 공용어라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일자리에 지원했는데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해외 입양인들은 행사에 참여하며 한국에서 펼칠 앞으로의 꿈도 얘기했다. 김안나 씨는 “끝내 친부모를 찾지 못했지만 한국인의 정을 느꼈다”며 “다음달부터 한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이날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KAS·인카스)와 무궁화로터리클럽이 공동 주최한 ‘설날잔치’의 풍경이다. 해외 입양인 6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명절음식을 먹고 한국 전통문화에 관한 퀴즈게임 등을 즐겼다. 대부분 걸음마도 채 떼기 전에 외국에 입양됐다가 “뿌리를 찾고 싶어서” 혹은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서” 한국을 방문했다.
정애리 인카스 대표(55)는 “해마다 2만명이 넘는 해외 입양인과 그 가족들이 한국을 찾지만 한국문화를 생소해 하며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해외 입양인들이 같은 민족으로서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12년째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생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스웨덴으로 입양간 김안나 씨(26)는 “1주일 전 한국에 와 한국 친구가 많지 않은데 이런 행사가 없었다면 설날을 심심하게 보냈을 것”이라며 “같은 해외 입양인들과 교류하고 떡국도 먹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1978년 세 살 나이로 벨기에에 입양됐다가 2012년 한국인을 아내로 맞아 한국 정착을 선택한 장하다 씨(41)는 “처가 방문도 하고 설 연휴를 외롭지 않게 보냈지만 많은 해외 입양인이 명절 때 더 외로움을 느낄 것”이라며 “이들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고 한국문화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해외 입양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네덜란드 입양인 파울 씨(38)는 “한국말이 어눌하니 처음에는 중국인으로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나중에 네덜란드에서 온 해외 입양인이라고 했더니 대접이 갑자기 바뀌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장하다 씨도 “벨기에는 프랑스어가 공용어라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일자리에 지원했는데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해외 입양인들은 행사에 참여하며 한국에서 펼칠 앞으로의 꿈도 얘기했다. 김안나 씨는 “끝내 친부모를 찾지 못했지만 한국인의 정을 느꼈다”며 “다음달부터 한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