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하락을 이끌었던 공급과잉 현상이 산유국 간 감산 합의로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다만 감산이 실제로 이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근의 감산설이 러시아를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지만 열쇠를 쥐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40센트(1.2%) 오른 배럴당 33.62달러에 마감하면서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WTI가 4거래일 연속 오른 것은 올해 처음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35달러까지 상승하면서 반등하는 모양새다.

최근 유가 반등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러시아의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부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가 5% 감산을 제안했다고 말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가 "저유가가 지속하고 세금이 올라가면 기업들의 투자를 위한 동기가 줄어들고 이것이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의 바람 내지는 블러핑(bluffing·허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노박 장관의 발언으로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사우디가 러시아에 감산을 제한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상승분을 반납했다.

러시아에서 의도적으로 감산 논란을 제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또 있다.

러시아의 경우 원유 대부분을 글로벌 메이저 석유회사와 합작 생산하고 있어 단독으로 감산을 결정하기 어렵다.

감산 불가 입장을 밝혔던 최종 결정권자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의 세친 사장이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무엇보다도 석유업계의 역사에서 러시아는 감산보다는 감산에 따른 '잿밥'을 취하는데만 관심이 높았다.

1998년 이후 OPEC가 세 차례 감산을 실시할 때도 러시아는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다.

최근 OPEC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설에는 유가 급락의 방향을 틀어 단기적으로 유가를 상승시키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가가 추세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OPEC, 그중에서도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사우디의 결심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라이벌인 이란이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로 원유 시장에 등장해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 전략을 펼치는 시점에서 사우디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미 미국과 멕시코, 카자흐스탄 등 비(非)OPEC 국가의 원유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다.

유가를 떨어뜨려 셰일오일 업체 등 경쟁자들을 고사시키겠다는 사우디의 '의도'가 서서히 힘을 발휘하는 있는 셈이다.

실제 한때 미국에서 1천600개가 넘는 원유 채굴장치가 최근에는 500개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 상승은 공급과잉 현상을 감산 합의가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며 "그러나 실제 사우디나 OPEC 국가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반등세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