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누구와도 허심탄회하게 논의"…정상회담 제안 가능성 해석도
남측의 통일외교정책 맹비난…남북관계 지지부진 책임 남측에 전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대화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올해에도 남북대화 모멘텀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의 남북관계 언급이 원론적인 수준이고 일부 표현에서는 대남 비난 수위가 높아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의 결렬 이후 정체된 남북관계의 출구가 당장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의 4분의 1가량을 남북관계 관련 부분에 할애했다.

남북관계를 언급한 분량은 지난해 신년사와 비슷한 수준이나 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하며 구체적으로 대화 의지를 드러낸 지난해보다는 다소 후퇴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진실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신년사에선 "남조선 당국이 대화를 통해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며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올해도 "조국통일은 가장 절박하고 사활적인 민족최대의 과업",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등의 언급으로 통일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없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일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김 제1위원장이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 논의의 대상은 결국 남측 대통령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오늘(신년사)은 이 정도까지만 수위를 조절해놓고 7차 당 대회 때 새로운 통일 방안을 내놓고 새로운 정상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신년사와 비교하면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분량이 많아졌고 일부 표현의 수위가 높아진 것은 올해 남북관계의 불안요인으로 평가됐다.

김 제1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통일외교 정책과 관련해 "외세에 민족의 운명을 내맡기고 민족의 리익을 팔아먹는 매국배족 행위", "민족 내부 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공조'를 구걸하는 수치스러운 행위"라고 비난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남조선 당국은 위험천만한 침략전쟁연습을 걷어치워야 하며 조선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는 군사적 도발을 중지해야 한다"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도 요구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관계 부문에서 대남 비난 수준이 작년과 판이하게 다르다. 비난 수위가 세고 그 내용이 세밀한 부분까지 언급돼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담화 수준에 달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김양건 사망도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지금 남북관계가 출구를 못 찾는 상황에서 그 이유와 원인을 남측 책임으로 돌리면서 공을 남측에 던지고 있다. 남측이 움직여야 북측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실장도 "자주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나가자고 주장하면서도 남조선 당국자가 통일문제를 외부에 청탁하고 있다고 비난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외교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남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남한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어 올해 남북 당국 간 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관측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만 이봉석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