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패러다임, 평생직장→평생직업으로 바꿔야"…정부엔 소통 활성화 건의

국가중장기전략 연구작업반이 17일 중기전략위원회에 제시한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에는 혁신적 기업생태계 조성, 새로운 상품·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 노동 생애 연장 등 여러 부문에 걸친 다양한 제안이 담겨 있다.

◇ "군 복무로 인한 학업·경력 단절 대책 마련해야"

작업반은 혁신적인 기업환경을 위해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과 관련해 규제를 간소화하는 등 한시적인 특례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시장 진입 규제는 전면적인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시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제작 설비를 구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투자자가 기술기업에 투자하고 나서 사업화에 실패해도 일정 부분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실패가 용인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민간의 주도권 강화를 강조했다.

과제 수주 경쟁, 단기 과제 중심 연구 등 부작용을 일으킨 프로그램별 R&D 지원 대신 연구기관 중심의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작업반은 밝혔다.

신속한 추진이 필요할 때는 R&D 사업 예비 타당성 평가를 면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고급 인력 양성과 관련해서는 대학이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대학 재정 지원 때 정원 감축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입대 전의 전공, 경력 등을 군 복무와 연계해 학업과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 "중국에 서비스 시장 개방 요구해야"

작업반은 통상전략을 글로벌 가치사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기업이 제품,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원재료, 노동력, 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을 뜻한다.

작업반은 다른 국가와 협상할 때 우리가 기술 우위를 보유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고부가가치 선점이 가능한 모바일, 핀테크 등의 개방에 협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부가가치 분야에 세제 지원, 국제 공동 연구를 확대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한편 이미 체결 된 양자 FTA를 광역화하는 등 메가 FTA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시장 변화로 생긴 기회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중 FTA 서비스 2단계 협상을 통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교육, 보건, 의료, R&D, 설계, 금융·보험 등 중국 내 서비스업을 추가 개방하고 한·중·일 FTA는 서비스 협상부터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 경협 전략도 제시했다.

구체적인 전략으로 개성공단 국제화(1단계), 노동력 조달 등 개성공단 발전 제약 요인 해소(2단계), 나선 특구에 우리 기업 진출(3단계), 개성공단 확장을 바탕으로 평양-개성-수도권의 경협 벨트 구성(4단계) 등 4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경협이 활성화하면 마이크로 크레딧으로 북한 농민,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지원해 시장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크레딧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힘든 저소득자, 저신용자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무담보대출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미소금융이 있다.

◇ "노동시장 조기 진입과 정년 추가 연장 함께 추진해야"

작업반은 '동거관계 등록제'를 도입해 혼인신고 없이 동거하는 사실혼 관계에 대해서도 수술 동의, 의료기록 열람권,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등 결혼관계와 같은 제도적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가족에 대한 인식 전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저출산 정책을 담당하는 상설 사무국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해 정부 내 총괄조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자녀에 대해 부부가 차례로 육아휴직을 하면 육아휴직 급여를 더 지급하는 '아빠의 달'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밝혔다.

전일제 근로자에게 육아 등의 사유가 생기면 일정기간 시간제로 전환해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시간선택제 전환 청구권' 도입도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남성 육아 휴직제 등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가족친화인증 기업'에는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안도 담았다.

고령화에 따라 늘어나는 재정 부담에 대해서는 '한국형 스마트 복지'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형 스마트 복지는 복지에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결합해 고용과 복지의 연계를 강화하는 근로 유인형 복지를 추진하는 게 핵심이다.

보육, 간병, 장기요양 등 일자리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현물 급여를 복지로 제공하고 가족 내 아동 돌봄 등 노동종사 기간에 대한 연금 크레딧(Credit)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금 크레딧은 대상자에게 연금 보험료 납부 없이 가입 기간 추가 인정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단계적인 보험료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증진기금 규모를 늘리고 임플란트, 틀니 등의 건강보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치매 고위험군에는 찾아가는 검진 서비스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기퇴직과 고학력화로 짧아지는 노동생애를 확대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조기진입과 정년 연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년부터 60세로 늘어날 정년의 추가 연장은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해 민간으로 확산하는 형태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안정에 대한 패러다임은 평생직장 개념에서 활발한 이직이 이뤄지는 평생직업(지속 고용)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약계층이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보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주와의 관계가 불분명한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산재보험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갈등 관리 시스템 필요"

작업반은 일반인도 에너지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E-프로슈머산업, 저탄소발전, 전기자동차, 친환경공정 신산업 등 4대 에너지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수출 산업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작업반은 또 특별법을 제정해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할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과제로 제시했다.

일부 지역에 편중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북미 셰일가스 등 비전통 에너지의 안정적인 도입 기반을 마련해 에너지 안보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기-비(非)전기간 상대 가격을 조정해 소비왜곡을 개선하고 전기요금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라는 취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상당히 낮은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국민이 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중요한 정책에 대해 범국민 토론을 거쳐 결과를 반영하는 상향식 정책 입안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제시했다.

국무총리실 내 갈등 관리 총괄부서나 의회 산하에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해 갈등관리 성공사례를 관리하고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유형화해 맞춤형 갈등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