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예고됐던 사태다. 강수량이 아니라, 물을 공급할 댐이 모자란 게 문제다. 2000년 이후 지은 저수용량 1억t 이상의 대형댐이 고작 영주댐 한 곳에 불과하다. “댐이 무너지면 물 폭탄을 맞는다”는 환경단체 등의 황당한 반대에 막힌 것이다. 해당지역 일부 주민도 “하류지역을 위해 왜 우리가 사는 상류지역에 댐을 짓느냐”는 식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그 결과 경남 함양군 문정댐(지리산댐), 충남 천안 지천댐 건설이 수십년째 표류 중이고, 그나마 어렵사리 댐을 건설해 봐야 물 공급기능이 없는 반쪽짜리다. 연말에 준공될 경기 포천시 한탄강댐 등 새로 추진되는 댐들은 모두 홍수 전용 댐이어서 가뭄이 예상될 때도 물을 흘려 보내야 하는 게 우리 실상이다.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의 반발에 눈치만 살피다가 댐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해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16개 보(洑)에 충분한 물을 확보해 놓고도 정치적으로 저주의 낙인을 찍어 지류·지천 정비를 외면한 끝에 정작 가뭄에 물을 끌어쓰지도 못하는 황당한 상황을 자초하고 말았다. 뒤늦게 법석인 새누리당은 더하다. 이번 가뭄은 인재(人災)다. 댐 정책의 대실패로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