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면세점 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후보들은 저마다 대규모 투자와 사회환원, 관광 인프라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 면세점 지키기와 빼앗기에 나선 롯데, SK, 신세계, 두산은 면세점 운영 계열사 차원이 아니라 사실상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총동원해 여론 몰이에 나섰다.

◇ 도심 vs 동대문 vs 강남

'면세점 대전'에 나선 대기업들의 입지 조건이 우선 관심대목이다.

롯데는 국내 면세점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인 소공점과 3위 잠실 월드타워점 두 곳을 사수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평가받는 월드타워점에 대해서는 강남권 유일의 입지를 강조하면서 매장 규모를 국내 최대인 3만6천㎡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연·문화·체험·관광·쇼핑을 '원스톱'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관광쇼핑 복합단지 면세점'이 목표다.

기존 부산점 외에 서울 신규 입성을 노리는 신세계는 도심을 다시 후보지로 택해 롯데 소공점과 맞대결을 펼친다.

신세계는 대한민국 관광의 중심인 서울 도심지역에 새로운 변화를 선도할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회현동 '신세계타운' 내 모든 자원을 시내면세점 운영에 쏟기로 했다.

신세계는 중구 백화점 본점 신관과 바로 옆 메사빌딩을 활용, 모두 14개층 연면 3만천400㎡ 규모의 시내면세점과 부속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SK와 두산은 명동에 이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인 동대문을 후보지로 삼았다.

이들은 동대문에 면세점이 들어서면 지역 관광 및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존 워커힐점에 더해 동대문에 면세점 유치에 뛰어든 SK는 서울 동부의 두 지역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SK네트웍스는 면세점을 추가 유치하면 동대문 내 케레스타 빌딩에 총 1만6천259㎡ 규모의 면세점을 조성할 예정이다.

두산은 동대문 두산타워를 후보지로 정했다.

기존 두타 쇼핑몰은 그대로 유치한 채 다른 층을 면세점으로 활용해 1만7천㎡ 규모로 꾸밀 계획이다.

◇ 대규모 투자·기부·상생

입찰 신청 대기업들은 여론을 의식한 듯 대규모 투자와 기부 약속도 쏟아냈다.

롯데는 국내 1위 자리를 넘어 세계 1위 면세사업자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롯데는 2020년까지 5년 동안 1천3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을 직접 유치하고, 29조원의 외화 수입을 거두겠다고 장담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면세점이 앞으로 5년간 사회공헌 분야에만 1천5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200억원 규모 동반성장펀드 조성, 중소브랜드 매장 면적 2016년까지 2배로 확장, 중소브랜드 육성 목적의 '인큐베이팅관' 운영 등을 제시했다.

신세계는 중소기업·지역상권과의 상생, 관광자원 개발 등에 모두 2천7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구 본점 면세점 기준으로 2020년까지 5년간 매출을 10조원으로 예상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국산 제품과 한류 문화 등을 소개하는 '국산의 힘' 센터도 열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과 동대문에 면세점을 유치하면 총 8천200억원의 투자비 중 면세점 구축 및 운영자금 5천800억원을 제외한 2천4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고객사은품으로 200억원 규모 온누리 상품권 지급, 야간 면세점 운영, 600억 규모 동반성장펀드 및 미소금융, 소상공인 자녀 교육 및 취업 지원, 면세점 영업이익 10% 사회 환원, 동대문 야경 개선, 전통시장 관광명소화 등 '11대 상생 약속'도 내놨다.

두산도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두산은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한 'K-Style' 타운 조성,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 지역 내 역사 및 먹을거리 탐방프로그램 운영 등을 검토 중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두산그룹은 각각 100억원을 내 동대문 상권 활성화를 위해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시키며 면세점 유치전을 지원하기도 했다.

◇ 분수대·미디어 파사드·관광벨트

이번 '면세점 대전'에서 가장 눈길 끄는 요소 중 하나는 후보 대기업들의 관광 인프라 조성 계획이다.

추상적인 약속보다 쉽게 여론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도 크다는 점에서 관광 활성화 대책을 대거 발표했다.

롯데는 월드타워점과 관련해 강남권 관광 활성화를 위한 '강남관광벨트' 조성 방침을 밝혔다.

월드타워점에 향후 5년간 1조2천억원을 투자해 국제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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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123m 높이의 대형 하모니 음악분수를 조성, 두바이 부르즈할리파 분수에 버금가는 관광명소로 만들기로 했다.

신세계는 본점 앞에 서울판 '트레비 분수'를 만든다.

신세계는 이번 특허 기간 5년 동안 우선 530억원을 들여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리뉴얼, 남대문 전통시장 활성화, 한류특화 클러스터, 미디어 파사드 아트 조명쇼 등 다양한 관광시설과 콘텐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일명 '트레비 분수 광장'은 명동과 남대문, 덕수궁을 잇는 새로운 도심관광의 아이콘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SK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동부권 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동대문, 워커힐, 경기와 강원도를 잇는 '이스트 서울·이스트 코리아'(East Seoul·East korea) 관광벨트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간 외국관광객 1천870만명을 유치하고 2020년까지 누적매출 8조7천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또 동대문 주변 전통시장을 5가지의 테마로 구분해 관광명소화하고, DDP에 대규모 미디어 파사드 및 미디어폴 등을 설치해 동대문 야경을 관광 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두산도 동대문 상권의 특징을 고려해 심야 면세점 운영을 검토하는 등 동대문 관광 활성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짰다.

면세점 입점 이후 5년간 면세점을 통해 동대문 지역으로 신규 유치되는 관광객이 1천3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두산은 추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