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부당수령·허위 여권발급 혐의만 유죄…법무부, 강제퇴거 검토

국가정보원의 증거조작 의혹 사건으로 비화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피고인 유우성(35)씨를 간첩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9일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여권법·북한이탈주민보호법 위반,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천565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씨는 북한 보위부 지령을 받고 탈북자 정보를 북측에 넘기는 한편 신분을 위장해 탈북자 정착지원금을 부당 수급하고 여권을 발급받아 행사한 혐의 등으로 2013년 2월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간첩 혐의의 핵심 증거인 유씨 여동생 진술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여동생은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 조사받을 당시 사실상 구금된 피의자 신분이었는데도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해 그의 진술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간첩 혐의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유씨는 선고 직후 "진심어린 사과를 듣고 싶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를 변호한 김용민 변호사는 "합신센터의 위법 수사와 불법 구금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조직적인 위법행위에 대해 차근차근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북한이탈주민보호법보다 공소시효가 더 긴 사기 혐의를 덧붙여 부당하게 받은 지원금 액수를 8천508만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검찰이 지원금 부당수급 부분에 대해 항소하지 않아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형량이 가중되지는 않았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2월 국정원의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이 위조됐다"는 중국 대사관의 사실조회 회신을 받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이 진상조사팀을 꾸려 수사한 결과 증거조작은 국정원 직원들과 중국 국적 협조자가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국정원 김모(49) 과장과 권모(52) 과장, 이모(56) 전 대공수사처장, 이인철(50) 전 선양(瀋陽) 총영사관 영사, 김모(63)씨 등 협조자 2명을 모해증거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법원은 이날 증거조작을 주도한 김 과장에 대해 원심을 받아들여 징역 4년을 확정했고 이 전 처장은 징역 1년6개월에서 벌금 1천만원으로 대폭 감형했다.

권 과장과 이 전 영사는 각각 벌금 700만원의 선고유예 확정 판결을 받았다.

유씨는 간첩사건 이외에도 북한에 거주하는 탈북자 가족에게 송금하는 '프로돈' 사업을 하며 13억여원을 불법 입출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추가기소됐다.

1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한편, 법무부는 중국 국적인 유씨의 집행유예형이 확정됨에 따라 강제 퇴거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출입국관리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외국인은 강제 퇴거 대상이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강제 퇴거 검토는 법률에 따른 통상적인 절차"라며 "외국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거의 예외 없이 강제 퇴거 등 출국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