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국면 돌파 무기는 ICBM…제조·서비스업 경계 허물어라"
한국 경제가 맞고 있는 성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을 아우르는 ‘슈퍼 하이웨이(고속도로)’를 닦아야 한다는 산업계·공학계의 제안이 나왔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출범 20주년을 맞아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 경제의 성장 한계 돌파를 위한 4대 산업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오영호 공학한림원 회장(사진)은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미래 성장 잠재력마저 악화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우리 산업에 시급히 필요한 사람과 기술, 제도의 새로운 틀을 조직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계’ 깬다

"저성장 국면 돌파 무기는 ICBM…제조·서비스업 경계 허물어라"
전문가들은 현재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우선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이른바 ICBM 분야를 활용해 ‘슈퍼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빌 클린턴 전 행정부가 1990년대 정보화 고속도로 구축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현재 세계 정보기술(IT)산업 종주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도 1970~1980년대 중화학공업, 1990~2000년대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고도성장을 이룬 것처럼 ICBM을 모든 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되는 산업 플랫폼으로 육성하자는 게 이날 제안의 핵심이다. 특히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를 허무는 ‘스마트 혁신’의 핵심 분야로 꼽았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스마트 혁신에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동원해 다양한 산업과 기업이 성장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개방형 이민정책 전환 필요

산업 경쟁력과 사회 결속을 해치는 구인난과 구직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민 정책과 교육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내에서는 한편에선 일자리 부족이, 또 다른 한편에선 일할 사람을 뽑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저출산의 결과로 2030년쯤에는 매년 40만명씩 사라지는 구조적인 인력난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략적인 이민 정책을 활용해 산업을 발전시킨 미국이나 호주처럼 선별적이면서도 개방적인 이민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경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은 “국내에서 유학하는 외국인 인재에게 국내 일자리를 보장하는 등 이탈을 막고, 국내 기업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인력까지 이민의 폭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제조 시대에 필요한 교육 정책 대안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일자리를 둘러싼 로봇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재교육을 통해 저숙련 노동자를 새로운 산업에 필요한 인재로 전환하는 한편, 고급 두뇌를 육성하기 위해 기초과학 교육과 실험 실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독립적 싱크탱크 행정조직 설립해야

산업정책이 오락가락하지 않도록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싱크탱크형 행정조직을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공학한림원에 따르면 미국은 국가정보위원회가, 영국은 내각 산하 전략국(SU)이 꾸려져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마련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조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오 회장은 “국내 산업 정책은 정권의 필요에 따라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 변질하며 일관성이 흐려지는 상황이 계속됐다”며 “산업 정책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장기적 안목의 기조를 유지하려면 정권에서 독립적인 행정조직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생계형 창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슘페터형 창업 육성과 기업의 사업 전환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규제 완화도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