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소식이 전해진 6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베트남에 생산 거점을 둔 의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업체들이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TPP 체결로 TPP 역내 관세가 철폐될 경우 섬유·의류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의 의류 수출 기반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에 따라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섬유·의복 지수는 1.16% 상승했다.

이 중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은 베트남 생산 비중이 60%에 달하는 한세실업이다.

한세실업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천400원(4.10%) 오른 6만1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 7만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으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거래량도 급등했다.

이날 한세실업의 거래량은 110만주로, 하루 평균 거래량(15만주 안팎)의 7배가 넘었다.

김근종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세실업은 TPP 타결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베트남 생산설비를 확충해왔으며, 그 결과 지난해 기준 한세실업 매출액의 60%가 베트남에서 발생했다"며 한세실업의 목표주가를 종전 6만5천원에서 8만원으로 올려잡았다.

태평양물산(4.25%)도 수혜 기대감에 동반 상승했다.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히던 영원무역(-1.85%)은 장중 7%대의 상승세를 보이다 하락 반전했다.

방직업체 중에서는 SG충남방적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경방(4.06%), 일신방직(2.28%) 등도 강세를 나타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섬유산업은 한·일간의 경합도가 낮아 TPP 체결 시 일본의 수혜가 적고, 관세 철폐로 TPP 참여국인 베트남에서 생산 중인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던 자동차 업종에 대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자동차주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전날보다 6천원(3.66%) 내린 15만8천원에 장을 마쳤고, 현대모비스(-0.87%), 기아차(-3.24%) 등도 하락 마감했다.

관련 부품주들도 덩달아 내림세를 보였다.

만도(-2.18%), 현대위아(-3.89%), 한일이화(-4.96%), 덕양산업(-7.32%), 에스엘(-3.11%), 화승알앤에이(-4.44%), 화신(-5.89%) 등이 모두 조정을 받았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동차 등 일본과의 경합 관계가 높은 산업의 경우 가격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한미 FTA 일정에 따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완성차에 대한 관세가 현재 2.5%에서 내년부터 0%로 철폐되기 때문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멕시코 등에 이미 한국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이 동반 진출해 있기 때문에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공급량 중 현지생산 비중이 각각 53%, 47% 수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PP 타결이 국내 업체들에 달갑지 않은 뉴스지만 긍정적인 전망을 바꿀 정도의 악재는 아니다"라며 "지금은 현대·기아차의 4분기 가동률 회복에 좀 더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임수정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