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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웬 '리디노미네이션' 발언…'화폐개혁'하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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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디노미네이션 언급 배경 궁금
    전제조건은 경제 안정과 공감대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웬 '리디노미네이션' 발언…'화폐개혁'하자는 건가
    한동안 잠잠했던 ‘리디노미네이션(화폐거래단위 축소)’ 논의가 지난주 한국은행 국정감사 때 나온 이주열 총재의 발언을 계기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즉각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부에서 ‘화폐개혁’으로까지 인식하는 이 논쟁이 불거짐에 따라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한국 경제가 더 어수선해지고 있다.

    특정국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거래편의 제고 △회계기장 간소화 △물가 기대심리 억제 △대외 위상 제고 △부패와 위조지폐 방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장점이 있다. 반면에 △화폐단위 변경에 따른 불안 △부동산 투기 심화 △화폐 주조와 신·구권 교환비용 증가 등 단점도 만만치 않다.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은 한국 경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위상 간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면에서 우리는 선진국에 속한다. 국내총생산(GDP)으로 세계 11위, 무역액 8위, 수출액과 시가총액은 각각 7위다. ‘20K-50M(1인당 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클럽’에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입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웬 '리디노미네이션' 발언…'화폐개혁'하자는 건가
    높은 하드웨어 위상과 달리 부패지수, 지하경제 규모, 조세피난처에 숨겨 놓은 ‘검은돈’의 규모 등으로 평가되는 소프트웨어 면에서는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독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12월9일 ‘반(反)부패의 날’을 앞두고 발표하는 부패도지수(CPI)를 보면 한국은 지난해 43위로 하드웨어 위상에 비해 부패가 심한 국가 중 한 곳으로 평가됐다.

    한국처럼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간자 위치에 있는 국가에서는 요즘과 같은 대전환기에 쏠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글로벌 시장 환경이 좋을 때는 선진국 대우를 받으면서 외국 자금이 대거 유입된다. 반면 상황이 나쁠 때는 불안한 신흥국으로 취급돼 들어왔던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른바 ‘샌드위치 쏠림 현상’이다.

    한은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외형상 선진국 지위에 맞게 부패를 척결하고 화폐거래 단위를 변경해 쏠림 현상을 줄이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2000년 이후 각국은 신권을 발행했다. 미국은 20달러, 50달러, 100달러 지폐를 새롭게 도안했다. 일본은 20년 만에 1만엔, 5000엔, 1000엔짜리 신권을 발행했다. 신흥국도 앞다퉈 신권을 내놓았다.

    각국 추진 사례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신권을 발행한 대부분 선진국에서 두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하나는 새로운 화폐를 발행해 기존 화폐를 완전히 대체했다. 다른 하나는 화폐거래단위를 축소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은 병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 신흥국들은 리디노미네이션을 결부시켜 신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부패와 위조지폐 방지, 대외 위상 증가 등 리디노미네이션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고사하고 물가 상승과 부동산 투기 심화 등으로 경제가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터키, 모잠비크, 짐바브웨가 그랬다. 2009년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북한도 실패했다.

    법화(法貨·legal tender) 시대에 신권을 발행하는 것만큼 국민의 관심이 높은 일은 없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때는 더 그렇다. 특히 경제활동 비중이 높은 부자와 대기업의 저항이 크다. 이 때문에 경제가 안정되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신권을 발행하거나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이 전제조건이 성숙했는지를 중시했다. 반면 신흥국들은 위조지폐가 발견되거나 부정부패가 심하고 대규모 자금 이탈이 진행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급진적인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전제조건의 충족여부보다 상황 논리에 밀려 화폐정책을 논의하고 추진했다는 의미다. 이런 점이 선진국과 신흥국 간 리디노미네이션 정책의 성패를 갈랐다.

    한국에서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잊을 만하면 나오는 것은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1962년 화폐개혁 이후 액면단위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기업회계에선 조(兆)원, 금융시장에선 경(京)원까지 심심찮게 나온다. 원화 거래단위도 달러화의 1000분의 1로 여겨져 경제 위상과 맞지 않다.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필요성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국내 정세가 어수선하며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금융불안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는 것은 물론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국내 정세가 안정되고 국민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될 때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해명이 따르긴 했지만 이 총재의 발언이 귓전에 계속 맴도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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