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을 찍듯이 간편하게 화장할 수 있는 메이크업 제품, 해외 시장을 겨냥한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국내 화장품 업계가 최근 몇년간 고공성장을 한 배경에는 한류 열풍과 함께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중국 등 해외에서의 화장품 인기에 편승하며 수많은 브랜드가 난립하는 가운데 차별화된 상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업체들은 불황을 비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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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페 황금기 '쿠션'이 가져왔다

많은 여성이 하나쯤 갖고 있는 화장품 '쿠션'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화장품 브랜드 아이오페의 '에어쿠션'이 시초다.

쿠션은 선크림과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복합적으로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제품이다.

아이오페가 2008년 처음으로 쿠션 제품을 출시한 이래 올해 7월까지 아모레퍼시픽그룹 내 13개 화장품 브랜드의 쿠션 누적 판매량은 6천300만개를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과 관련해 국내 및 해외에서 14건의 특허 등록을 갖고 있으며 2012년 대한민국 기술혁신 경영대상을 수상하고 2013년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되는 등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전세계에서 1.2초당 한 개씩 판매되는 '대박상품'인 쿠션의 개발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최근 창립 7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쿠션이 히트상품이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쿠션은 연구원들끼리 밥을 먹다가 도장 찍듯이 간편하게 화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얘기하다가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연구원들이 적합한 소재를 찾아 청계천과 세운상가를 헤매는 등 끈질긴 노력 끝에 제품이 탄생했고, 홈쇼핑을 통해 처음 소개된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 리더스코스메틱, 마스크팩으로 매출 7배

리더스코스메틱은 국내 화장품 기업의 각축전 속에서 마스크팩 하나만으로 두각을 나타낸 화장품 브랜드다.

리더스코스메틱은 2004년 리더스피부과 전문의들이 모여 만든 마스크팩 중심의 화장품 브랜드로 2011년 골판지 생산업체 산성피앤씨와 합병해 현재 산성앨엔에스 화장품사업부에 소속돼 있다.

이 회사의 마스크팩이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산성앨엔에스 화장품 부문 매출은 2012년 128억원, 2013년 263억원, 2014년 711억원으로 두자릿수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리더스코스메틱 마스크팩은 '무(無) 파라벤·미네랄오일·실리콘·인공색소' 등 '4무 시스템'으로 피부 자극을 줄인 안전한 마스크팩을 강점으로 꼽는다.

서울대 출신 피부과 전문의들이 만든 마스크팩이라는 점도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이다.

리더스코스메틱은 2009년 마스크팩만을 연구하는 리더스 피부연구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며 2012년에는 경기도 용인에 마스크팩 전용 생산공장을 설립, 월평균 1천만장 이상의 마스크팩을 생산 중이다.

현재 국내 화장품 매장과 면세점, 드럭스토어, 대형마트, 약국 등에서 보습, 여드름 제거, 미백 등 80여 종류의 기능성 마스크팩과 기초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는 중국과 미국 등 18개국에 수출 중이다.

이 마스크팩은 지난해 11월 중국 인터넷쇼핑몰 타오바오(淘寶)의 마스크팩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특히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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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츠스킨, 6초에 하나씩 팔리는 '달팽이크림'

현재 전세계에서 6초에 하나꼴로 판매되고 있다는 잇츠스킨의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 일명 '달팽이크림'은 화장품 업계에서 손꼽히는 대박 상품이다.

잇츠스킨은 달팽이크림 덕분에 매출이 2013년 530억원에서 2014년 2천420억원으로 무려 450% 이상 뛰었다.

달팽이크림은 달팽이의 몸을 보호해주는 달팽이 점액 여과물 1만2천600㎎이 포함돼 있어 피부 수분 증발을 막아줄 뿐 아니라 트러블이 심한 피부의 치료에 특히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팽이크림은 2009년 출시됐지만 2013년 하반기부터 중국 여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급격히 확산하면서 중국 인터넷쇼핑몰에서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경절 기간 롯데면세점이 집계한 매출 순위에서 잇츠스킨은 달팽이크림 덕에 브랜드숍 화장품으로는 유일하게 5위 안에 들기도 했다.

달팽이크림은 과거 달팽이 사육사들의 작은 상처가 감염이나 흉터없이 빠르게 치료되고 손의 피부가 밝고 부드러워지는 것에 착안해 개발됐다.

달팽이를 보면 몸체에 끈적끈적한 점액이 있는데 이것이 달팽이를 외부의 건조와 손상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잇츠스킨은 브랜드숍 중에서는 처음으로 달팽이크림을 출시하면서 6만원이라는 브랜드숍 제품으로선 적지 않은 가격에도 누적판매 500만개가 넘는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 러시아, 중남미 등 20여개 나라에 진출한 상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K뷰티 열풍을 만드는 것은 결국 좋은 품질의 차별화된 제품"이라며 "기존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제품 개발을 지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