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화폐가치 폭락…말레이·인니 화폐 1998년 이후 최저
한국 코스피 1,800선 붕괴 위험, 원/달러 환율 5년 만에 최고

세계 금융시장이 24일 '검은 월요일'을 맞이했다.

중국 주식시장은 8% 이상 폭락하면서 패닉에 빠졌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가는 물론 유럽 증시도 급락했다.

중국발 악재에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각국 부도 위험은 급등했다.

◇ 주가 패닉…상하이지수 8.49% 폭락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49%(296.84포인트) 떨어진 3,209.91으로 장을 마쳤다.

하락폭은 지난 2007년 2월27일(8.84%) 이후 8년여만의 최대다.

상하이 지수는 장중 한때 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폭락으로 중국 상하이지수의 연초 이후 수익률(-0.77%)은 마이너스 영역으로 들어섰다.

선전종합지수도 7.70% 폭락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증시 폭락을 막고자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무너진 투자심리를 돌리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주 역(逆)환매조건부채권(역RP) 발행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전날에는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양로보험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시장개입 정책에 끝물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더 나빠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증시도 급락으로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는 2.47% 떨어진 1,829.81로 장을 끝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남북 간 긴장 분위기가 풀리지 않은 점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61% 하락한 18,540.68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올해 2월 25일(18,585.20)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토픽스지수도 5.86% 떨어졌다.

대만 가권지수(7,410.34)는 4.84% 급락해 2년8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갔다.

대만 가권지수는 장중 한때 7% 넘게 떨어져 1990년 이래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호주 S&P/ASX 200 지수는 4.09% 내려간 채 장을 마쳤다.

인도와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증시도 3~4%대 하락 흐름을 나타냈다.

간밤 중동 산유국 증시는 저유가에 휘청거리면서 폭락세로 마감했다.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유가증권 시장의 타다울 지수는 6.86% 급락했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아부다비 주가도 각각 6.96%, 5.01% 떨어졌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중국발 악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5% 떨어진 9,805.60으로 장을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지수와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도 각각 3.57%, 2.50% 급락하며 출발했다.

◇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

아시아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북한군의 포격 도발과 중국발 악재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약 5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0원 오른 1,199.0원으로 마쳤다.

원화 환율은 3년10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장중 한때 1,2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링깃 가치는 달러 대비 4.2링깃까지 올랐다.

링깃화 환율이 4.2링깃 대로 올라선 것은 2005년 7월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이다.

링깃 가치는 또 고정환율제 도입 이전인 1998년 8월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도 1998년 7월 이후 17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태국 바트화 가치 역시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급락세인 것은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위험 자산에 속하는 아시아 통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슈로더의 아시아 채권담당 라지브 드멜로는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점점 나빠졌고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대폭 상승했다.

오후 4시30분 현재 일본 엔화는 달러당 121.07엔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2엔 가까이 내린 값이다.

◇ 부도 위험 급등…중국 2년만에 최고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아시아 신흥국들의 부도 위험은 급등했다.

시장정보업체 마킷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오후 2시 47분 현재 일본 도쿄시장에서 전날보다 6bp(1bp=0.01%포인트) 상승한 82.0bp로 집계됐다.

부도 위험 지표인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2013년 9월 2일(83.07bp)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10.07포인트(54.40%) 급등한 28.58로 마감해 3년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름폭은 2003년부터 시작한 통계 집계 이래 최대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CDS 프리미엄은 117.5bp를 나타내 전 거래일보다 7.6bp나 올랐다.

이는 2013년 8월 22일(118.42bp) 이후 가장 높게 오른 것이다.

말레이시아(189bp)와 필리핀(121bp)의 부도 위험도 각각 2011년 10월과 2013년 2월 이후 최고까지 올랐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가산 금리(프리미엄)가 붙는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