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구조개편 논쟁 ①] '옥상옥 구조' 변신을 앞둔 쟁점은
한국거래소가 수술대 위에 올랐다. 2005년 코스닥시장 합병 이후 10년 만의 재수술이다. '경쟁력 부재와 미래 발전을 위한 체질 개선'이 거래소에 내려진 정부의 종합 진단서다. 수술 집도는 금융위원회가 맡았고, 거래소 수장이 수간호사로 나섰다. 거래소 노동조합과 일부 직원들 그리고 증권·선물회사 등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거래소 지주회사 설립과기업공개(IPO), 코스닥 시장 분리 등을 둘러싼 쟁점들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국내 자본시장의 심장격인 한국거래소(KRX)가 대대적인 구조개편 회오리에 빠져들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개혁자문단은 2일 거래소의 독점 이미지를 해소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거래소 개편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를 '옥상옥(屋上屋) 구조'인 지주회사 형태로 재편하고 나서 곧바로 상장을 위한 IPO(기업공개)를 진행한다는 것이 이 방안의 주요 골자다. 거래소는 이를 위해 코스닥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을 별도의 자회사 형태로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구조개편 앞날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모험자본(벤처캐피탈 등)만을 위한 코스닥시장 분리, 불가피한 거래수수료 인상, 100% 민간 주식회사인 거래소의 구조개편을 둘러싼 타당성 등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와서다.

◆ 쟁점 ① 금융위원회의 거래소 구조개편은 '관치' 주장

가장 먼저 정부가 나서 거래소의 구조개편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관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과 일부 내부 직원들은 "정부는 거래소에 대해 인허가권 규정승인권 검사제재권 등을 가지고 있을뿐 조직구조 등에 관여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마디로 금융위원회는 거래소의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 각각의 상장제도에 대한 승인권한만 보유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거래소는 100% 민간 주식회사로 경영진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가 구조개편을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거래소 노조는 "정부가 코스닥시장을 분리해 차별성을 확보하자는 주장은 구체적으로 상장요건 등을 차별화 하자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 동안 상장요건 등을 통한 시장간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정부가 거래소 규정 승인권을 통해 상장 정책에 직접 관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쟁점 ② 코스닥 꼭 분리해야 하는 이유…'기능 저하' vs '정책 실험'

코스닥시장 분리는 거래소 구조개편 방안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과 상장을 위한 IPO 등 절차에 앞서 선결 과제라서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기능 저하를 꼬집어 시장 분리안을 내놓은 반면에 일각에선 코스닥 시장의 10년간 성장 과정을 강조하고 나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IPO 시장이 다소 회복됐지만, 국내 증시의 상장 활력은 수년간 해외거래소에 비해 급격히 하락세라는 지적이다.

6월말 현재 외감대상기업 중 600여개가 코스피 상장요건을 충족하고, 9000여개가 코스닥 상장요건을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연 신규 상장 건수는 40건 내외에 불과하다는 설명.

금융위는 "사고예방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상장관행이 고착화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적인 기업들의 사업확장과 자금마련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는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는 반대로 '창조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거래소 내 코넥스시장이 개설되고, 코스닥위원회의 독립성이 확대되는 등 정책의 성과가 짙어지는 과정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2004년말 코스닥 통합직전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31조원에서 작년말 기준 143조로 불어 261% 늘어났다. 상장회사수는 당시 890사에서 올해 1700여개에 이르고, 자산총계는 통합 직전과 비교해 지난해 193% 늘어난 146조원을 뛰어넘었다.

코넥스시장 개설 이후 상장기업수와 거래대금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3년말 코넥스시장 시가총액은 9234억원에서 올해 5월말 현재 2조5216억원으로 불어났고, 상장기업수도 45사에서 75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분리를 통한 상장문턱 낮추기에만 정책을 집중할 경우 자칫 부실기업 상장에 따른 일반투자자의 대규모 피해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쟁점 ③ 사회적 비용과 투자자 거래비용 증가되나

거래소의 지주회사 재편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은 물론 일반투자자들의 거래비용 급증도 쟁점 중 하나다.

코스닥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하면 인사, 총무, 감사 등 새로운 경영진 구성을 비롯해 정보기술(IT)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코스닥시장이 분리되지 않으면 지출될 필요가 없다는 것.

거래소 노조는 특히 코스닥시장의 대규모 적자상태를 우려했다. 코스닥시장은 매년 2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2005년 이후 코스피시장과 동일하게 거래수수료를 약 65% 인하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노조는 "지금까지는 코스피 또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그 적자를 보전해왔다"면서 "후선 인프라도 공동으로 이용해 비용을 절감해 왔기 때문에 시장의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코스닥시장 분리 이후 거래수수료 인상이 자생력의 필수 조건이 될 것이란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기관·외국인 중심의 코스피시장과 다르게 코스닥시장의 거래수수료 인상은 9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코스닥 분리나 거래소 지주회사 변신은 거래비용 증가로 투자자의 시장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며 "우량 코스닥기업은 코스피나 해외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수 있고 그 빈 자리를 부실기업이 차지하는 '역선택'이 일어나 상장기업 전반의 기업가치 저하라는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