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포화상태고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고 한다. 곳곳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터져나온다. 그럴수록 정부는 정책자금을 늘리고 정치권은 중소기업,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규제입법을 만들어낸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언더도그마 현상은 더욱 강화된다.

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다. 중소기업 지원제도가 160개가 넘고 정책금융은 GDP의 6%로 OECD 최고인데 중소기업들은 늘 돈가뭄이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10년간 3조원 이상 퍼부었는데 매출은 반토막 났다. 빈 가게는 늘어만 가고 한계 중소기업은 끝이 없다. 보호 울타리를 쳐주고 보조금을 퍼붓는다고 살아나는 게 아님을 새삼 확인케 한다.

하지만 어제자 한경에 실린 세 가지 사례는 희망을 품게 한다. 외국 거대 브랜드에 질 좋고 값싼 옷으로 도전하고, 해외 본고장에 나가 최강의 상대와 한번 겨뤄보겠다는 기업들이 있다. 상인 평균나이 56세로 갈수록 고령화되는 전통시장에선 젊은 청년들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눈먼 정책자금을 좇거나 시장이 포화라고 불평하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도전의식으로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고 새 시장을 여는 데 승부를 건 사람들이다. 부족한 것은 보조금이 아니라 상상력일 뿐이라고 믿는 이들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유니클로 제압하겠다는 탑텐의 출사표

일본 유니클로의 아성에 토종 SPA 브랜드 탑텐(신성통상)이 도전장을 던졌다. 수십년 노하우를 가진 유니클로는 올해 국내 매출 1조원대를 넘본다. 유니클로의 공세에 웬만한 중견 브랜드들조차 속속 사업을 접어야 했을 정도다. 그런 유니클로를 출시 3년밖에 안 된 탑텐이 따라잡겠다니 일견 무모해 보인다. 심지어 직원들까지 만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탑텐의 고속성장세를 보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 2013년 830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1800억원을 예상한다. 믿는 구석도 있다. 갭 랄프로렌 월마트 등의 OEM 업체로 성장하면서 누구보다 싸고 좋은 옷을 만들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한경(4월28일자 A20면)과의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다가 ‘황소개구리’에게 먹혀 죽느니 크게 한번 맞짱을 떠보자는 절박함으로 뛰어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의지라면 못할 것도 없다. 삼성 LG조차 두 손 든 일제 코끼리밥솥을 OEM 중소기업이었던 쿠쿠가 밀어냈듯이 말이다.

미국서 KFC와 맞짱 뜨겠다는 BBQ의 도전

치킨프랜차이즈 기업 BBQ가 5년 안에 미국에 매장 1만개를 열겠다고 한다. 프라이드치킨의 원조인 미국에서 치킨으로 KFC 맥도날드와 한판 붙겠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현재 30개국 500여 매장이 전부인데 2020년까지 이를 5만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지금의 100배다. 황당하기까지 한 이 도전이 과연 가능할까.

BBQ의 미국 진출은 벌써 10년이 다 돼가지만 까다로운 인허가 탓에 매장은 70개에 불과했다. 프랜차이즈 방식으론 한계가 뻔했다. 이때 새로 찾은 활로가 스포츠 경기장이다. 미국은 하루 400만명이 경기장을 찾는 스포츠 천국이다. 경기장마다 BBQ 간판이 생긴다면 폭발적인 잠재력을 기대할 만하다. 미국시장 개척 10년 만에 얻은 노하우다. 현지 외식전문업체와 제휴해 3대 프로스포츠인 풋볼·야구·농구 경기장에 2017년까지 92개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125개 대학 경기장엔 간이매장도 들어선다. 경기장마다 BBQ 간판이 걸리면 사업 확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살 길이 열린다.

전통시장 탈바꿈시킨 청년상인들의 패기

쇠락해가는 전통시장을 2030세대 청년 창업가들이 생기가 도는 시장으로 바꾸고 있다는 한경 보도(4월25일자 A1·5면, 4월28일자 A8면)다. 이들은 출신도 다양하다. 대기업 직원, 국회의원 비서관, 통역사, 호텔 요리사, 의상 디자이너 출신이 있는가 하면 비보이, 연극판 출신도 있다. 남들이 가는 길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간다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린 이들이다.

전주남부시장에선 빈 가게에 청년들이 점포 33개를 열어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북적일 정도다. 그 덕에 기존 점포들까지 덩달아 매출이 오른다고 한다. 빈 점포가 즐비한 서울 구로시장은 문화예술을 접목한 청년상인들의 영플라자덕에 손님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 청년상인들은 하나같이 장사 경험이 일천하다. 그러나 패기와 창의적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도전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