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대 시대다.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연 1%대에 진입하면서 이제 웬만한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대 중반, 적금금리도 1%대 후반까지 내렸다. 저축은행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평균 연 2.3% 안팎이지만 최근에는 1%대 예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저금리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저금리는 투자를 늘려 경제활동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없지 않다. 하지만 지나친 저금리는 독이 될 수 있다. 연 1%대 예금금리는 당장 저축의 붕괴를 가져온다. 물가상승률보다도 낮은 이자를 주는 예금은 하면 할수록 손해다. 저축의 붕괴는 미래가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금리가 두 자릿수이던 시절엔 착실히 예금해 복리로 굴리면 제법 큰 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 대비가 불가능하다. 은행 이자로 노후생활을 준비하던 은퇴자들에게는 저금리가 아예 재앙이다.

예금만으로는 미래 대비도 노후 보장도 안 되니 은행을 빠져나온 돈은 급속히 단기 부동화된다. 최근 증시와 부동산은 물론 ELS 등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돈이 몰리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높은 수익에는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증시나 부동산시장 침체는 이들에겐 직격탄이다. 소비 등 내수는 더욱 쪼그라들고 저성장 저금리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부와 정치권 등 거의 모두가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종용했다. 다들 저금리가 되면 신세계라도 열린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고령화, 저성장 사회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저금리와 저축의 붕괴는 새로운 환경이다. 하지만 이를 문제로 인식하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저축할 이유가 없다는 이 상황은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