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환자 뚝…의료관광 '루블화 쇼크'
러시아 루블화 폭락 여파로 부산을 찾는 러시아 환자가 급감하면서 부산 의료관광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은 다른 지역과 달리 러시아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의료관광 자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루블당 30원가량이던 환율은 올초 반토막 수준인 15원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18원 선이다.

2013년 부산을 찾은 러시아 환자는 4779명. 전체 부산 외국인 환자의 43.4%를 차지했다. 2위인 중국의 비중이 11.6%인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1위다. 증가 폭도 커 의료관광을 시작한 2009년(457명)과 비교하면 10배나 늘어났다. 지난해 러시아 의료관광객 수는 9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연해주와 시베리아 지역 등은 소득 수준에 비해 의료 수준이 높지 않은 데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직항로가 개설돼 의료 수요를 흡수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중증 환자가 국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 데다 체류기간이 길고 가족과 함께 방문해 의료관광의 효자로 꼽혔다. 시와 병원들은 부산이 의료관광 최적지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2013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 등에 부산의료관광 전광판을 설치하고 설명회를 해마다 여는 등 러시아 환자 모시기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루블화 폭락 사태로 진료비 부담을 느낀 러시아 환자들이 외국행을 꺼리면서 올 들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부산의 러시아 전문 의료관광 에이전시인 고려의료관광개발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달에 70~80명씩 러시아 환자를 유치했으나 이달에는 20~30명에 그쳤다. 러시아어로 된 홈페이지 방문 횟수도 하루 2000건에서 100건 이하로 떨어졌다. 러시아 환자가 주로 방문하는 대학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90%까지 줄어든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서는 예약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이전에는 건강검진을 위한 의료관광객도 있었으나 지금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질병 아니면 한국을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 감소로 병원 운영이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 환자는 암 관절 심내혈관 등 중증 혹은 만성 질환으로 한국을 찾는 경우가 많아 1인 진료비가 최고 1000만원을 웃도는 등 외국인 환자 중에서도 VIP급으로 꼽힌다. 부산시 관계자는 “보통 외국인 환자 진료비는 평균 180만원인 데 비해 러시아는 중증 환자가 많아 360만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전에는 외국인 환자 관련 수입이 내국인 진료 수입에 더해지는 정도였으나 갈수록 비중이 커지면서 관광객 감소에 따른 타격이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부산대와 동아대 등 병원들이 중국 몽골 중동 등 새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규 부산시 의료관광팀 담당관은 “러시아 환자의 급감으로 오는 6월4~6일 중국 선양과 판진시에서 의료전시회를 여는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