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파죽지세 성장' 이끌어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돼 화려하게 관가에 복귀했다.

은행과 보험, 증권 등 각 부문에서 농협금융을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아 "정부에서 중용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 소문이 현실로 나타났다.

임 내정자는 거시경제·금융정책 부문의 재무 관료 경험과 민간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 경험을 모두 쌓아 금융위원장로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같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을 시작해 옛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과 금융정책국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이론과 경험을 겸비했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기조실장을 지내면서 탁월한 정책조정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발탁된 바 있다.

경제정책국장 시절에는 이명박 정부의 초창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0년 기획재정부 1차관을 맡은 후 '썰물 때 둑을 쌓아야 밀물 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지론으로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3종세트 정책'을 마련, 글로벌 금융 불안을 이겨낼 발판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품은 온화하고 다정해 인기가 많다.

일을 할 때는 치밀하고 강하게 추진하지만 합리적 리더십으로 직원들이 잘 따르는 편이다.

2009년 11월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회의 도중에 `병상에 계신 아버님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았으나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가 부친의 임종을 놓친 일은 유명한 일화다.

전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농협중앙회와의 갈등 끝에 사임한 상황에서 2013년 6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맡은 후 중앙회와의 갈등을 봉합한 것은 물론 농협금융을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동규 전 회장은 임 회장의 내정 당시 "제갈공명이 와도 (중앙회와 금융지주의 관계 해법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임 내정자라면 지혜로워서 잘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실현됐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임 내정자의 재직 시절 농협은행이 예금, 대출, 펀드, 퇴직연금 등에서 성장세 1위를 차지했고 농협생명은 신규보험료에서 삼성생명을 제쳤다.

이에 농협금융은 신한, 국민, 하나과 함께 명실상부한 4대 금융그룹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KB금융그룹과의 경쟁을 이기고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는데 성공해 NH투자증권을 단숨에 증권업계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덩치'에 걸맞은 수익성 강화에 박차를 가해 금융권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임 회장과 '찰떡 궁합'을 이뤘던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부드러우면서도 추진력이 강한 성격으로, 업무를 철저하게 파악한 후 계열사 CEO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합리적인 리더십이 돋보였다"고 전했다.

농협금융그룹 내부에서는 "NH의 최대 리스크는 임 회장의 교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임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농협은행의 한 부행장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임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가야 하겠지만, NH의 발전을 위해서는 임 회장이 좀 더 남아있어야 했다"며 "다른 임직원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아쉬워했다.

▲전남 보성(56) ▲연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시 24회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영국 재경참사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심의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대통령 경제비서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