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영향으로 법원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이 급격히 줄고 있다. 이자 납부액이 줄어 대출 부담을 견딜 수 있는 가계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10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 경매에 부쳐진 물건 수는 모두 1만3918건으로, 2001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물건 수는 전달인 작년 12월(1만6922건)에 비해 18%, 작년 같은 기간(1만7602건건)에 비해 21% 줄어든 수준이다.

경매 물건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았던 2009년 29만건에 달했던 경매 진행 물건 수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작년에는 역대 최저치인 20만1539건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도 역대 최저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신규로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 수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경매 도중에 변경되거나 취하되는 물건 수도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처음으로 경매 진행 물건 수가 20만건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를 경매 물건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1억원에 대한 이자가 월 30만원 수준에 불과해 하우스푸어들이 이자 부담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가격 회복세도 경매 물건 감소에 일조하고 있다. 지방 부동산값은 2010년 이후 장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수도권 집값도 2013년 여름을 기점으로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보유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높아지고 경매당하기 전에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경매 물건 수가 줄어들면서 낙찰 받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1년 동안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70%이고, 평균 입찰경쟁률은 4 대 1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중소형 아파트는 수십 대 1의 경쟁률 속에 감정가격 이상에서 낙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김재권 법무법인 세영 변호사는 “경매 투자자마저 늘어나 권리관계가 꼬인 특수물건도 지나치게 높게 낙찰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