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美 '실적의 계절'…애플, 구원투수 나설까
미국 기업들의 4분기 실적(어닝) 시즌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성적표에 투자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달러 강세가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간판기업인 애플에 거는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 달러 강세, 美 기업 채산성 악화되나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소재업체인 알코아를 시작으로 14일 웰스파고, JP모건, BOA, 시티그룹(14일), 16일 골드만삭스, 블랙록(금융), 인텔(IT), 20일 존슨앤존스(헬스), 이베이(IT) 등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이어진다.

현재까지 이들 기업의 순이익 잠정치는 281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40%, 전분기 대비 6.5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익의 53%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을 고려했을 때 주요 국가들에 비해 빠른 절상률을 보이고 있는 달러화는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작년 4분기를 거치면서 S&P500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달러 강세와 한파, 연방정부 셧다운 등을 반영하며 지속 하향 조정됐다. 작년 3분기 말 10.6%를 기록해 견고한 성장 전망이 유지됐던 S&P500기업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전망은 최근 5.8%까지 낮아졌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건 역시 대장주인 애플.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애플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은 150억 달러로 전분기 85억 달러 대비 70%가 넘는 이익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애플이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가 4분기 중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의 4분기 판매량은 6700만대에서 69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4분기 애플이 세운 분기 최고 판매 기록인 5100만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중국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4분기 아이폰6 출하량의 35%를 차지하며 미국을 밀어내고 애플의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김정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실적 시즌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매출 성장에 힘입어 긍정적일 것"이라며 "실적 시즌 결과가 달러화 상승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민감도를 가늠할 수 있는만큼 향후 중앙은행(Fed)의 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분기 실적 시즌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는다면 이는 시장 센티멘트를 강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 인터넷 기업 견조·에너지·음식료 기업 '우울'

애플과 더불어 인터넷 기업들도 양호한 성적으로 실적 시즌을 견인할 전망이다. 모바일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페이스북과 트위터, 알리바바 효과를 등에 업은 야후 등은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에너지 기업들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이 훼손됐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엑슨모빌은 전분기 대비, 전녀 동기 대비 모두 큰 폭의 실적 감소가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선일 경우 엑슨모빌이 입을 손실이 한해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음식료 기업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맥도날드는 유통기한 지난 패티 사용과 이물질 사태에 대한 반(反)정서가 확대되면서 우려감이 확대되고 있다. 맥도날드와 함께 대표적인 '정크푸드'(패스트푸드·인스턴트식품)로 인지되는 코라콜라 역시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지난해 10월 비용절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실적 시즌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며 "달러 강세의 부작용과 올해 이익 전망이 후퇴하고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 성장률 전망의 하향 조정이 이어질 경우 미국 증시에서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에 대한 부담이 표출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