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미 경제 전망을 낙관하면서도 해외 경기 침체가 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7일(현지시간) 공개된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해 12월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Fed는 해외 변수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침체를 가장 큰 리스크로 꼽으며 유럽중앙은행(ECB)에 ‘양적 완화(채권매입 프로그램)’를 에둘러 권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유로존 디플레 우려를 순항 중인 미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보고 ECB의 통화정책에 간접적으로 ‘훈수’를 뒀다”고 보도했다.

○Fed, ECB에 양적 완화 ‘압력’

Fed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관례다. 12월16~17일 FOMC 정례회의 직후 발표된 성명서에도 유로존의 디플레 및 통화정책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FOMC 의사록은 사뭇 달랐다. FOMC 위원들은 “해외 경제상황이 미국의 실물경제와 고용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만약 외국 정책당국이 충분히 대응하지 않으면 위험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시장이 해외경제 전망, 그리고 이와 관련된 유럽 및 일본의 통화정책 기대감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이 같은 발언이 비록 명시적이지 않지만 ECB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CB가 시장의 예상(양적 완화 시행)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금융시장과 글로벌 경제가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란 점을 경고한 것이란 얘기다.

ECB는 오는 22일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양적 완화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0.2%를 기록해 디플레 우려를 심화시켰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이번에 국채를 매입하는 미국식 양적 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독일 분데스방크의 반대가 변수다.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지도교수였던 만큼 Fed와 ECB 간 물밑에서 상당한 교감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바마 “미국 부활은 현실”

Fed는 해외 변수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를 낙관했다. 몇몇 위원은 지난해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지수 상승, 급여소득자의 견고한 증가세 등을 거론하며 올해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더 강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유가 하락은 미 경제활동과 일자리 성장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특히 휘발유 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새해 첫 백악관 외부 일정으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포드자동차 웨인공장을 방문, “미국의 부활은 현실”이라며 미 경제를 낙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750여명의 임직원 앞에서 “2010년 이후 미국이 만든 일자리는 유럽과 일본, 그리고 다른 선진국의 일자리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며 “이곳 미시간주 제조업에서만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원유와 천연가스의 최대 생산국으로 부상하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최상의 카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