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성 크나, 실제 ICC회부 및 최고책임자 처벌 가능성은 작아

1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사상 최고 수준의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함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될지 주목된다.

또 올해 채택된 결의안은 과거 9차례 결의안과 달리 강도 높은 내용이 포함돼 실제로 북한의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지도 국제사회의 관심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결의안 채택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처음으로 채택된 것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결의안은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매춘, 영아살해, 외국인 납치 등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 실태에 우려를 표시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후에도 유엔 총회는 이 결의안과 유사한 내용의 결의안을 매년 채택했다.

2012년과 2013년에 컨센서스(의견일치)로 채택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표결이 이뤄져 압도적인 표 차이로 결의안이 가결됐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북한의 인권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인권 탄압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이 이처럼 강도 높은 결의안을 유엔이 채택할 수밖에 없게 한 주요 배경이다.

지난 2월 발표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는 북한 내 인권 침해가 반인도적인 범죄 수준에 이르고 있어 이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처음으로 북한 인권 상황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다루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엔 총회가 COI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하고, 안보리는 이 보고서의 권고대로 북한 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고 책임자를 제재하도록 권고했다.

유엔 총회의 결의안이 구속력이 없는 데 비해 안보리에서의 의결은 전 회원국에 구속력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

이 같은 COI의 보고서는 결국 북한에 대한 역대 최고 수준의 결의안이 유엔 총회를 통과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으로서는 지난해까지 유엔의 결의안 채택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만 하고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의 거듭된 방북 요청에는 귀를 닫아버린 것이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한 셈이다.

◇실제 ICC 회부는 쉽지 않을 듯
북한 인권 결의안이 3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다음 달에 있을 유엔 총회를 통과하면 공식적인 절차는 모두 마치게 된다.

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이 총회에서 채택되지 않는 경우가 없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만 남은 셈이다.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다.

결의안에 담겨 있는 내용을 회원국들이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 유엔소식통은 "총회 결의는 회원국에 대해 구속력이 없으며 안보리를 구속하지도 않는다"면서 "총회 결의안대로 안보리에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결국,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조사한 뒤 조치를 요구한 COI 보고서를 총회가 반드시 안보리에 넘겨야 하는 것은 아니며, 안보리 역시 총회에서 COI 보고서를 넘겨준다고 하더라도 권고사항 중 핵심인 'ICC 회부'를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총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안보리 이사국들이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즉 안보리 내부에서 북한을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 안보리 차원에서 결의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통과시킬 수 있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을 발의하는 것은 15개국 중 9개국이 동의하면 가능해 중국 등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발의 가능하다.

다만, 결의안이 발의되더라도 안보리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지금까지 보인 입장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을 비롯한 개별 국가의 인권 상황을 유엔에서 다루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제3위원회의 표결 과정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실제로 이날 통과된 결의안대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ICC에 넘기고 최고 책임자 등을 가려내 제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북한, 국제사회 요구 부응할지 관심
올해 북한은 유엔 총회의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지난해와는 다른 반응을 보여 왔다.

결의안 채택을 비난하고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선을 넘어 채택을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북한 인권 상황이 열악하지 않다는 자체 보고서를 7월에 만들었으며, 9월에는 유엔본부에서 사상 첫 북한 인권 설명회를 개최했다.

또 유엔 총회에 결의안이 제출되는 시기를 전후해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북한 방문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ICC 회부'라는 표현을 결의안에서 빼달라는 조건을 내세우기도 했다.

스타브로스 람브리니스 EU 인권특별대표의 방북 허용도 제안했다.

유엔 총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된 상황에서 다루스만 보고관과 람브리니스 대표의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제안이 유효한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결의안에서 'ICC 회부'를 빼기 위한 유화책으로 제시했던 만큼 의도가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북한 내부의 본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전보다는 누그러진 자세로 국제사회와의 인권 조사 및 논의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유엔 총회 결의안 채택에 대해 무시 또는 비난으로 일관했다가 오히려 더 강한 국제사회의 액션을 가져온 만큼 일정 수준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아 보인다.

(유엔본부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