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워치는 세이코에 기회…삼성·애플과 경쟁 두렵지 않다"
“스마트 워치의 등장은 기존 시계업체들에 ‘굿 뉴스’입니다. 젊은층을 시계 시장으로 유입시켜 파이를 키우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일본의 간판급 시계 브랜드 세이코의 핫토리 신지 회장(61·사진). 그는 “스마트 워치가 기존 중저가 시계 브랜드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일견 맞는 얘기”라면서도 “시장 전체가 확장하는 계기인 만큼 세이코처럼 경쟁력 있는 업체에는 오히려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핫토리 회장은 “세이코는 전자식부터 기계식까지, 어떤 사양과 가격대의 제품이든 100% 자체 생산하는 회사”라며 “삼성이나 애플과의 경쟁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핫토리 회장을 만난 건 지난 10일 일본 도쿄 중심가인 긴자의 명물 ‘세이코 시계탑’에서였다. 1930년대 세워져 멈추지 않고 돌고 있는 이 시계탑은 일본에서 세이코가 갖고 있는 상징성과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그는 1881년 세이코를 창업한 고(故) 핫토리 긴타로의 증손자로, 2003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핫토리 회장은 “세이코는 안드로이드(구글의 스마트기기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 워치를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며 “전통적인 시계 명가의 관점에서 만든 고급 제품을 늘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 워치는 세이코에 기회…삼성·애플과 경쟁 두렵지 않다"
세이코는 세계 시계 시장에서 큰 획을 그은 회사로 평가받는다. 1969년 세계 최초의 전자식(쿼츠) 시계 ‘아스트론’을 출시해 돌풍을 일으켰다.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와 유럽산 명품 시계의 부활로 세이코의 위세는 전성기보다 주춤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스위스 시계와 차별화한 고급 제품을 강화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핫토리 회장은 “세이코는 전통적인 시계 제조법과 현대적 기술을 접목하는 데 오래 전부터 강점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수신해 지구촌 어디서든 정확한 시간을 스스로 맞추는 시계 △빛에너지를 동력으로 전환해 배터리가 필요 없는 시계 △기계식으로 작동하지만 오차 보정은 전자식으로 보완해 정확성을 높인 시계 등은 유럽에선 찾아보기 힘든 제품들이다.

세이코의 숙제는 중저가 시계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300만~1000만원대의 ‘그랜드 세이코’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그랜드 세이코는 시간의 정확성에서 스위스 명품보다 까다로운 검사 기준을 적용하는 고가 컬렉션으로, 시계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