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줄고 자본 유출도 지속…"하반기부터 리세션 돌입"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을 받고 있는 러시아 경제가 계속해 경고음을 내고 있다.

아직 심각한 혼란 상황까지 빚어지진 않고 있지만 현지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하락 행진을 계속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자본 유출도 지속되는 등의 불안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에너지 의존 구조를 지닌 러시아 경제의 취약성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의 영향으로 한층 심화하면서 장기적 리세션(경기후퇴)으로 빠져들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루블화 환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모스크바 증시에서 26일(현지시간) 오후 한때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사상 처음으로 39 루블을 넘어 39.06 루블까지 치솟았다.

전날 종가보다 57 코페이카(루블 아래 단위)나 뛴 것이다.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도 전날보다 64 코페이카 오른 49.74 루블까지 올랐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연말까지 40 루블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초 대비 벌써 18%나 추락한 루블화 가치가 하락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과 자본 유출을 환율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전체 수출에서 석유와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구조에서 유가의 지속적 하락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말 배럴당 110달러 수준이었던 유가는 현재 93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자본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다.

1/4분기에 490억 달러가, 2/4분기엔 26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 제재의 영향 등으로 3/4분기 자본 유출도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올해 러시아의 자본 유출액이 최소 1천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당국이 환율 안정화를 위해 외화 매각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도 줄어들고 있다.

이달 초 4천650억 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19일 현재 4천583억 달러로 줄었으며 연말에는 4천500억 달러 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은 지난 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러시아 경제 성장률을 0.5%로 전망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말미암은 지정학적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추가로 취해지는 등의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0.4%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0.9%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는 러시아 경제가 올 하반기부터 리세션 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