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처' vs '아마존 女전사' 박빙승부…삼바경제 '안갯속'
“아마존의 여전사(시우바)냐, 브라질의 대처(호세프)냐.”

열흘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 대통령 선거(10월5일)에서 두 여성 후보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브라질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66)과 혜성처럼 등장한 마리나 시우바 브라질사회당 후보(56)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다.

브라질 증시도 대선 레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브라질 증시 트레이더들이 최근 경제 지표나 기업 실적보다 대선 지지율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우바에 베팅하는 금융계

시장은 일단 ‘시우바’ 편이다. 지난 6월 브라질 월드컵 경제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하락세를 보였던 브라질 증시는 시우바 후보 등장과 함께 반등했다. 지난 2일 시우바 후보 지지율이 2위로 올라서자 보베스파지수는 20개월 만에 최고치인 61,895.98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호세프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지수는 다시 후퇴했다. 보베스파지수는 현재 56,000선에 머물고 있다.

두 후보는 역대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계승하고 있다. 시우바 후보는 룰라 정권의 물가안정목표제, 외환시장 개입 최소화, 정부 재정건전성 확립 등 전통적인 정책을 표방하고 나섰다.

반면 ‘룰라의 후계자’로 브라질 역사상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된 호세프는 임기 후반 환율과 에너지 가격 통제 등 지나친 시장 개입으로 재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게릴라 투쟁 이력과 집권 초기 과감한 친시장 정책으로 ‘브라질의 대처’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지난해 중반 이후 지지율이 반토막 나는 굴욕을 맛보고 있다.

호세프의 재임 기간 물가상승률은 평균 5%대로,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2~4.5%)를 넘어섰고, 경제는 지난 1, 2분기 연속 역(逆)성장했다. 크리스 가먼 유라시아그룹 신흥국 담당은 “현 정권에 대한 경제계의 불만은 상당한 수준”이라며 “투자자들은 좀 더 책임 있는 정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대처' vs '아마존 女전사' 박빙승부…삼바경제 '안갯속'
○30년 환경운동 ‘아마존 여전사’

브라질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시우바 후보는 1984년부터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며 ‘아마존 여전사’로 불린다. 1994년 정계에 입문해 2003년 룰라 내각과 2008년 호세프 내각에서 환경 장관을 지냈다. 지난 8월 브라질사회당 대선후보이자 당시 지지율 3위였던 에두아르두 캄푸스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뒤 러닝메이트였던 그가 ‘대타’로 나오게 됐다.

시우바가 속한 사회당은 노사 합의주의에 기초한 사회민주주의적 정책을 표방한다. 이번 대선 정책으로 ‘제3의 길’을 제시하며 좌파 노동자당과 우파 사회민주당 사이에서 중도적 노선을 내세웠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음달 5일 1차 투표에서 시우바 후보가 호세프 대통령에 밀리겠지만 과반수 득표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같은 달 22일 결선 투표가 열리는데 여기선 시우바 후보가 호세프 대통령을 48% 대 41%로 누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빈곤 퇴치’ 성과에 역풍 맞은 호세프

시우바의 돌풍은 역설적이다. 지난 12년간 절대빈곤을 없애고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주력해온 브라질노동당의 성과가 오히려 시우바의 지지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룰라와 호세프로 이어지는 노동자당의 집권 기간 중산층은 빠르게 증가했다. 국민은 더 이상 빈곤 퇴치가 아닌 인프라 개선과 복지 향상을 외치고 있다.

룰라 집권 전 브라질은 남미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였다. 인구 1억8000만명 중 4400만명이 절대빈곤층이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02년 취임 직후 빈곤 퇴치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빈민층에 식량과 생계비를 지원한 ‘볼사 파밀리아’ 정책을 추진했다. 임기 동안 최저임금을 2.5배 올렸고, 토지가 없는 40만 농가에 농지를 배분했다.

사회 정책과 달리 금융정책은 시장 친화적이었다. 고금리와 긴축정책으로 외채를 대부분 갚았다. 룰라 집권 전 35%에 달했던 빈곤율은 2011년 21.4%로 떨어졌다. 중산층은 현재 인구의 절반 이상인 1억명에 달한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동자당은 오히려 정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월드컵 인프라 예산 낭비, 국영기업 비리 사건 등이 맞물리면서 60%를 넘던 호세프의 지지율은 작년 중반 이후 30%대로 추락했다.

김보라/김순신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