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비스 규제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시급하다. 제조업이 여기저기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수출만으로는 성장을 이끌기가 힘에 부치니 내수의 역할을 늘려야 하고, 내수의 중심에 서비스산업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자본재 등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를 줄임으로써 원화절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내수 확대는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내수가 늘어날까 하는 점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내수가 커진다. 지난 7월 하순 새 경제팀이 발표한 소득 주도 내수 활성화 방안은 기업활동으로 창출된 소득이 가계로 더 흘러가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은 공급을 부추겨 잠재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기존의 서비스보다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소득 증가와 같은 거시경제 변화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정보기술(IT) 등의 발전으로 기술적으로도 가능하지만, 규제와 진입장벽 등 공급 애로로 인해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 욕구를 채우는 일이다. 보건의료나 교육과 같은 사회서비스와 문화오락 등 일부 소비자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로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장기적인 성장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향후 주력해야 할 부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중순 유망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되기도 했다.

선진국들의 경험에서도 서비스업 비중 증가는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과 무관치 않았다. 1970~80년대 들어 제조업에서 일본과 한국 등 신흥공업국에 밀린 선진국들의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졌다. 미국은 지식기반 확충으로 생산자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제조업과의 연계 강화를 모색했고, 유럽은 사회복지정책을 강화하면서 사회서비스 비중이 증가했다. 철강과 조선, 전자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잠식당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내수 확충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진로를 바꾸기보다는 생산자 서비스와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 요소를 발전시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이 유력한 대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빠른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해 사회서비스 수요에 대응하는 일도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의 절충형이 바람직해 보인다.

일부 서비스의 수출 확대 여지도 커 비교역성이라는 서비스산업의 한계도 일정 부분 극복 가능해 보인다. 공급 애로가 해소될 경우 서비스의 부가가치가 현재의 60% 수준에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70%대 초반으로 커가는 데까지는 비교적 빠르게 늘어나겠지만 국내 소비에만 의존한다면 서비스 성장 속도는 둔화가 불가피하다. 문화와 관광, 의료 등 서비스융합을 통해 중국과 같은 거대 경제의 잠재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원화절상 압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후속 과제가 될 것이다. 원화강세가 내수를 늘린다면 좋겠지만 이 명제는 분명하지 않다. 수입물가가 싸져 소비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반면에 수출 부진에 따른 부(負)의 소득효과로 소비가 제약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수입재의 상대가격이 싸져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 소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수 확대 또는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제조업 성장에 비해 훨씬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다. 관습과 문화, 제도 전반 등 다양한 요소가 맞물려 있다.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 심한데다 물적 자본보다는 인적 자본의 제고가 중요해 오랜 시일이 소요될 수도 있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강조돼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자칫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늦어질 경우 제조업 경쟁력 하락이 저숙련 유통서비스의 고용 비중 확대로 이어진 일본의 뒤를 따를 수도 있다. 정책은 계속 발표돼왔다. 제도 변화를 통한 과감한 규제개혁과 진입장벽 해소가 서비스 발전을 위한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myshin@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