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 육아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실버육아族'
갓 돌이 지난 외손자를 둔 윤선영 씨(63)는 옥션, G마켓 같은 인터넷 쇼핑몰은 물론 어지간한 육아 전문 사이트에 모두 가입한 ‘신세대 할머니’다. 윤씨는 “동네 아기 엄마들이 육아 사이트에 가입하면 기저귀 샘플 등을 가입 선물로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외손자를 돌보는 틈틈이 컴퓨터를 배웠다”고 했다.

27조 육아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실버육아族'
올해 72세인 김일정 씨는 늦게 본 두 살배기 손녀를 위해 최근 집 옥상에 유기농 텃밭을 마련했다. 김씨는 “신선한 유기농 원료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싶었다”며 “유기농 관련 사이트에도 가입했고 유기농 서적도 사서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27조원대 육아 용품 시장에서 ‘실버육아족(族)’이 주요 소비자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맞벌이 510만가구 중 절반 이상인 250만가구가 자신의 자녀 대신 손자·손녀를 키우는 실버육아족이다. 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 익숙한 이들은 최근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등으로 구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CJ오쇼핑의 육아용품 구매자 중 50세 이상의 비중은 2011년 8.8%에서 지난달 말 기준 14.3%로 올라갔다. 현대홈쇼핑에서도 실버육아족의 매출 비중은 2012년 4.7%였으나 지난달까지 9.0%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G마켓에서도 육아용품 구매자 중 50세 이상의 비중은 2011년 1.9%였으나 올해 들어 최근까지 3.1%로 증가했다. G마켓 관계자는 “노년층은 여전히 온라인 회원가입 절차를 힘들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성장세”라며 “육아용품 구매자 중 노년층 비중은 2011년 이후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육아족은 씀씀이도 큰 편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고급 유모차 구매자 중 15% 정도는 노년층”이라고 전했다. 젖병 소독기, 아기전용 세탁기, 카시트, 침구세트 등 값비싼 육아용품을 사주는 조부모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들은 육아용품 관련 행사 등을 찾아다니며 육아 정보를 구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서울국제임신출산육아용품전시회(베이비페어) 방문자 수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실버육아족의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베이비페어 방문자 수는 2011년 12만6900여명이었으나 지난달 26회 행사 때 10만2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방문자 중 실버육아족은 2011년 4314명(3.4%)에서 올해 7241명(7.2%)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60%는 베이비페어 현장에서 판매 용품을 구매했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