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던 직장인 김모씨는 2012년 10월 결혼한 뒤 경기 용인시로 내려왔다. 신봉동 ‘신봉마을 자이2차’ 전용 82㎡를 1억9000만원에 전세로 얻었다. 최근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과 협의하던 김씨는 “전세금을 1억원 더 올려달라”는 요구에 당황했다. 부랴부랴 인근 중개업소를 찾아 시세를 확인해 보니 같은 아파트 비슷한 평형의 전셋값은 2억8000만~3억원 사이였다. 김씨는 “서울도 아닌데 이렇게 전셋값이 빠르게 오를 줄은 몰랐다”며 “당장 1억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전세 난민들이 전·월세값이 싼 곳을 찾아 대거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서울보다 경기도 외곽지역의 전셋값 상승세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24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경기지역의 7~9월 전셋값 주간 상승률은 0.07~0.18%로 서울(0.05~0.12%)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경기도에서도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곳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시흥시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한 주 만에 0.46% 올랐다. 성남시 중원구(0.44%), 안양시 오정구(0.37%), 용인시 수지구(0.37%), 군포시(0.33%) 등의 상승폭도 컸다.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강남구(0.26%)보다 높다.

수도권 외곽지역의 전셋값이 더 많이 오르는 이유는 서울의 비싼 집값·전셋값을 피해 수도권으로 이사가는 전세 난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